한국일보

누가 세월호를 침몰시켰는가?

2014-08-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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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욱(뉴욕시 공무원)

2004년 동남아시아 해변에 밀어닥친 쓰나미 재앙은 28만에 달하는 인명이 순식간에 휩쓸려 갔으며 2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을 발생케 했다. 2001년 9월1일 WTC 테러는 3천여 명의 인명을 앗아갔으며, 인간의 사악함이 하늘을 찌르는 사건이었다. 2014년 4월 대형 유람선이 전복되어 300여 명의 꽃다운 어린 학생들이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참담한 현장을 보아야 했다. 자연의 재앙에 대해서 인간은 신의 뜻이 무엇인지 헤아려 보려고 하는 반면, 인간으로부터 오는 재앙에 대해서는 분노하고 증오하는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쓰나미 재앙때 우리는 아무 할 말이 없었고, 자연 앞에 인간은 너무도 무력하고 연약한 존재임을 인식했을 뿐이다. 그 대비책으로 조기경보체계를 설치하여 재앙을 인지하고 사전 대피하는 방법을 강구하게 된 것이다. WTC 참사는 계획된 테러공격으로, 과거 이슬람세계의 영광을 회복하겠다는 무슬림 극단 종교 신봉자들의 집단인 알카에다 조직과 테러리스트 빈 라덴의 행위였다. 미국에서는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여야 국회의원 각각 5명의 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그 결과를 ‘The 9/11 Commission Report’로 발표되었다. “조사 목적은 어느 구구에게도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고, 사건을 둘러싼 가능한 모든 사실을 밝혀 제공하여 교훈을 삼고자 한 것”이라 했다.


세월호 침몰은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해상사고였다. 물속으로 가라앉는 배를 바라만 보며, 발만 동동 구르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과 안타까움.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도 마음 아프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것이다. 유가족들의 마음을 무엇으로도 위로할 수 없기에 온 국민은 슬퍼하고,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제 마음을 추스르고 산 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다만 침몰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 원인을 밝혀서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 국민의 도리라 생각한다.

종교의 가면을 쓰고 거액의 돈을 모아 부정직하게 선박회사를 운영한 교주, 선박의 관리와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은 선원들, 이 모든 것을 감시.감독해야 하는 정부기관의 공무원들, 자기의 위치에서 주어진 임무를 다하지 않은 직무태만의 사람들, 모두가 사고에 기여한 동역자들이 아니겠는가?

미국에는 노동국 산하 OSHA(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직업안전건강처)라는 정부기관이 있는데 산업현장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정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한다. 의도의 여부와 관계없이 규정에 어긋나면 벌금을 부과하고 교정시킨다. OSHA의 안전 규정을 다 지키면서 미국의 산업현장은 발전하여 간다. 사고발생 상황에 따라 항공기 등 공중에서의 사고는 구조의 기화나 장비가 극히 제한되어 있고, 육지에서의 사고는 그래도 신속하게 접근하여 대응하게 된다. 그러나 선박 등 해상사고는 그 자체의 구조장비나 통신기능 등 대응절차가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배는 가라앉고, 외부로부터의 구조는 시간적 제한이 있어서 많은 희생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상황을 해외에서 바라보는 마음이 안타깝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생길 수 있는 것이나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생각의 반경을 넓혀보자.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용서하고 화해하고 반성해서 희생된 우리 아이들이 편히 쉴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땅에 살아있는 우리 모두의 할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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