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2014-08-30 (토)
크게 작게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자식은 부모의 운명 같은 존재다. 부모도 자식에겐 운명 같은 존재다. 여기서 운명이라 함은 부모와 자식 간의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임을 말한다. 세상엔 그 누구하나 태어나고 싶어 태어나는 자식은 단 한 명도 없다. 자식의 태어남은 100% 수동적이나 자식과 부모의 연은 하늘만이 아는 무엇으로 연결돼 있다.

무자식이 상팔자란 말이 있듯이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때엔, 자식이 생겨나 이 땅에 살아감을 한탄할 수밖에 없는 부모도 있다. 부모가 되어 보아야 부모 심정을 안다고, 자식들은 부모의 심정을 잘 모르고 부모의 속을 썩인다. 그런 자식들을 가진 부모들은 노심초사 마음을 놓고 살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8월20일 잘 알려진 배우 성룡이 ‘비통함(Heartbroken)’이란 제목의 사과문을 그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는 공인의 아버지로서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대신해 아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며 지금 가장 가슴 아파하고 있을 사람은 내 아들의 어머니일 것이라 말했다.

성룡의 아들 팡주밍은 8월14일 북경 숙소에서 마약수사대에 의해 체포돼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은 마약관련 범죄를 아주 엄하게 다루는 나라다. 팡주밍의 죄과가 어느 정도의 형을 살아야 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이 일로 인해 그가 부모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마음에 끼친 아픔은 말로 다할 수 없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모델 출신 배우 차승원의 아들인 차노아가 검찰에 피소됐다. 4개월 동안 미성년자를 감금 성폭행해 고소를 당한 혐의다. 이 때, 아버지 차승원은 언론매체를 통해 아버지된 자로서 아들의 일로 깊이 사과한다고 했다. 다행히도 차노아는 구속을 면했는데 피해자 A양이 합의해 그걸로 일단락이 되긴 했다.

그렇지만 인기배우인 차승원의 얼굴은 먹칠당하고도 남았었다. 어떤 한 사람은 차승원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서 “자식도 잘 키우지 못한 애비가 드라마에는 계속 출연해 시청자를 우롱한다. 너무나 뻔뻔스러워 보인다”며, 자식은 나무라지 않고 애비를 나무라는 것을 들을 때, 자식과 부모는 뗄 수 없는 인연임을 직시했다.

요즘 둘째 딸이 엄마의 마음을 속 썩이고 있다. 집에서 직장 다니며 시집갈 돈을 저축하길 바라는 엄마의 바람을 마다하고 또 나간단다. 학교 졸업 후 직장을 잡아 몇 달 간 집에서 다니더니 친구와 룸메이트를 한다며 1년 남짓 나가 살았었다. 그리곤 다시 집으로 들어와 몇 달을 살더니 또 친구와 룸메이트를 하겠단다.

룸메이트로 나가는 돈이 월 1,000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니 그걸 몽땅 저축할 수 있는데도 그냥 낭비하는 것 같으니 엄마는 딸을 달래어 집에 있게 하려지만 그게 통하지가 않는다. 딸이 상전이다. 자식이 부모의 말을 들을 나이가 지나긴 지났지만 그래도 섭섭해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상전이 따로 없다.

자식과 부모의 운명 같은 인연은 하늘이 갈라놓기 전엔 어쩔 수가 없다. 아니, 하늘도 인연을 갈라놓을 순 없다. 수명(壽命)이야 달리할 수 있는 게 하늘이라도 연(緣)은 어쩔 수 없나보다. 90먹은 어머니의 심정은, 70먹은 아들이 집을 나갈 때 “얘야, 차 조심해라!” 이게 부모의 마음이자 끊을 수 없는 인연의 고리다.

주위 아는 사람들 중에는 자식이 없는 부부들이 간혹 있다. 그런 부부들을 보면 어떤 때는 ‘참으로 상팔자’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느 경우엔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입양도 하고 입양한 자식들과 인연을 맺어 대를 잇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속 썩이는 자식이라도 있는 게 없는 거 보다야 낫지 않을까.

거미 중에 애어리염낭 거미가 있다. 이 거미 새끼들은 어미의 살을 파먹고 자란다. 그래서 다른 곤충을 잡아먹을 만큼 다 자랄 때엔 어미는 빈껍데기만 남는다고 한다. 기가 막힌 연(緣)이다. 성룡의 아들, 차승원의 아들. 아들이 잘못했어도 아버지가 사죄를 한다. 자기 살을 파 먹히더라도 살려야 할 살붙임이 아니더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