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차량수리 보험사기 부끄러운 자화상

2014-08-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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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하 <사회1팀 기자>

뉴욕과 뉴저지 일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일부 한인 자동차 바디샵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기사<본보 8월19일자 A1면>가 보도된 후 본보에는 평소보다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대부분은 자신의 경험담 혹은 주변 지인이 겪은 일들을 추가로 제보하며 “이래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유독 한 독자는 사뭇 다른 말을 남겼다.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는 것이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자동차 바디샵들의 보험사기 방식은 아주 간단했다. 교통사고가 난 차량의 정비비용을 과다하게 청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시간당 50달러인 인건비를 실제 수리 시간보다 몇 배 늘리거나, 불필요한 부품을 주문한 뒤 이후 되돌려 보내는 방법이 이용되고 있었다.

멀쩡한 자동차도 그들 손에만 들어가면 폐차 직전의 차가 됐다 다시 살아난다. 이렇게 바디샵은 수천 달러의 추가 보험금을 타낸 뒤, 차량 소유주는 물론 기타 관계자들과 나눠 갖고 있는 수법을 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통사고가 난 차량 운전자들이 전화를 걸어 “얼마를 줄 수 있냐”며 흥정 하는 일도 빈번하게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첫 번째 피해자가 발생한다. 바로 정직하게 영업을 하는 바디샵이다. 일부 부도덕한 업소 때문에 한인 정비업계 전체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어서다. 본보에 처음 제보해준 자동차 정비업계 관계자도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인업소에 가면 세금도 빼주고, 교통사고 차량에 대한 현찰도 덤으로 준다는 소문이 벌써 허다하게 퍼져 있다”면서 “자식들에게 한인사회가 부끄러운 유산을 남기는 건 아닌지…”라며 안타까워했다.

두 번째 피해자는 보험회사다. 실제론 1,000달러 안팎에 불과할 수리비를 몇 배나 많은 수 천달러를 지급하고, 또 이런 차가 많다 보니 보험사의 출혈이 큰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보험사가 피를 흘릴 때, 피 눈물을 흘려야 하는 부류가 있다. 바로 모든 운전자다. 세 번째 피해자이자, 가장 큰 피해자다. 뉴욕과 뉴저지 운전자들은 지난 몇년간 가파른 보험료 상승폭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한인밀집 지역의 보험료 인상폭은 다른 지역보다 매년 큰 것 또한 사실이다. 당연한 일이다. 수천 달러를 추가 지불한 보험회사가 그 손해 분을 고스란히 운전자들에게 전가시키기 때문이다.

취재 중에 만난 보험회사 관계자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잠깐의 이익에 눈이 멀어 장기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의 마음 속 깊숙이 박힐만한 아주 의미 심장한 말을 던졌다. “왜들 그러고 살아요? 안 창피하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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