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의 덫

2014-08-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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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ㅣ

오늘날 많은 한인학생들이 일류대학에 일단 들어가고 나면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몇 년 전 하버드 대학이 실시한 통계결과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 10명이 낙제했는데 그 중 9명이 한국계였다는 것이다. 대학측의 조사결과 이들 모두가 대학을 입학하고 나서부터는 장래 꿈이나 인생의 방향, 목적이 뚜렷하게 없는 것이 이유였다.

미국인들이 교육에서 삶의 목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자기존중, 인간의 존엄성, 평등, 평화, 행복 등의 순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도구적 가치로는 정직, 책임, 용서, 화해, 순종 등의 순서였다고 한다. 아무리 보아도 결코 최고가 되는 명예나 권력, 좋은 것을 먹고 사고 즐기기 위한 돈이 아니었다.


한국은 지금 ‘명문대학 입학’ ‘영어열풍’ 이라는 덫에 갇혀 수많은 초중고 학생들이 신음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성적이 학생평가의 전부여서 공부를 못하면 사람취급도 못 받아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인생좌절감을 맛본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화바람으로 너도 나도 영어교육을 위한 조기유학 붐까지 일어 무엇이 제대로 된 교육인지 모를 만큼 갖가지 폐해로 나라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영어 학습에 적응이 안 된 어린이들이 우울증과 자폐증으로 병원을 찾고 있으며, 한쪽에서는 영어를 잘 하게 한다고 혀 수술까지 시키는 가하면, 미국에 조기유학 온 어린 학생들은 관리자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사실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한국의 잘못된 교육의 현실은 건전한 미국의 교육풍토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이곳 한인학생들은 그런 분위기에서 공부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한인부모 중에는 미국이 추구하는 교육 가치와 달리 학교성적, 좋은 학교 입학에만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눈에 띤다. 자녀의 소중한 인생을 무작정 공부에만 치중하고 이를 위해 돈과 시간, 에너지를 탕진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고 비생산적인가.

금세기 최고의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은 학습장애아였다. 아인슈타인은 학습부진에다 산만한 행동으로 학교에 적응이 잘 안 되었다. 다만 어머니가 학교전학을 여러 번 시키며 그에게 주어진 재능과 능력 개발에 주력하여 물리학의 기초인 상대성원리를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에디슨은 초등학교 3년 중퇴, 저능아 낙인에도 불구하고 특허를 1,093개나 따내는 발명왕이 되었다. 교사인 어머니가 아들의 힘이 되어주며 스스로 진리를 탐구하게 하고 자신감과 끈기를 길러준 결과였다. 자식의 재능을 살려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뒤에서 힘이 되어준 어머니가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꿈과 야망을 가지고 지닌 능력을 계발한다면 얼마든지 노력에 의해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에디슨은 말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되는 것이다”

미국의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도 학교공부는 1년밖에 안했어도 독학으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그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 인생의 뚜렷한 목적, 야망, 결심 등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링컨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노예해방을 가져오는 등 미국의 역사를 크게 바꾸는 데 공헌했다. 어느 면을 보아도 성공한 위인들은 학교성적이 좋거나 좋은 대학을 나온 인물들이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 3명 가운데 한명이 유대인이고 20세기를 주도해온 미국최고 지성인 21명 중 15명이 유대인이다. 이 이면에는 부모의 뜨거운 교육열이 있었다. 한인부모들의 교육열도 이들 유대민족에 못지않다. 그런데 왜 한국인은 늘 이들에게 뒤지는 것일까. 그들의 교육방향이나 위인들의 성공 배경을 자세히 보면 그 해답이 나올 것이다.

이제 초중고교가 새 학년을 시작한다. 한인부모들이 자녀교육의 성공을 기대한다면 먼저 성적위주와 명문학교 지향이라는 교육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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