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이한탁씨 한인사회가 따스하게 보듬자

2014-08-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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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딸을 방화 살해했다는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이한탁(79)씨가 25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되어 23일 한인사회 품으로 돌아왔다. 펜실베니아 연방법원 중부지법이 22일 열린 보석 심리에서 이씨의 최종 보석 석방을 허가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1989년 펜실베니아주의 한 수양관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인해 우울증으로 안수기도를 받으러 간 큰딸이 숨지자 함께 갔던 아버지 이한탁씨가 방화범으로 몰리면서 ‘딸 죽인 아빠’ 라는 누명을 쓴 채 긴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이한탁구명위원회는 그동안 이씨의 석방을 위해 변호사를 네 번이나 바꾸면서 재심과 항소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검찰의 증거를 번복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가 이번에 연방항소법원에서 새 화재 감식 보고서 증거채택으로 마지막 항소가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는 지난 1989년 그가 처음 체포돼 구금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불철주야 애쓴 철도고등학교 동창들로 구성된 이한탁 구명위원회 손경탁 위원장과 고 유희길 암전문의 등의 눈물어린 헌신적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씨에 대한 동창들의 믿음과 신뢰, 진한 우정이 바탕이 된 것이다.


석방된 이한탁씨는 한인밀집지역인 플러싱에 지인들이 마련해준 거처에서 간병인의 도움을 받으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러나 25년 만에 새 삶을 시작해야 하는 그에게는 적응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한인사회는 그가 남은 인생을 알차고 보람되게 살 수 있도록 협조와 성원,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 억울함보다는 석방에 대한 감사기도부터 했다는 그의 평정심에 안도감을 갖는다. 공연한 호기심으로 그를 강연회에 초청하는 등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오히려 그에게 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가 할 일은 이씨가 불편 없이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다시 시작한 그의 삶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며 따스하게 보듬어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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