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흥망성회: 미국은 영원히 건재하리라

2014-08-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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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택(행정학명예교수)

최근 들어 미국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끝이 안보이고 갈수록 꼬이기만 하는 이라크전쟁으로부터 점진적 미군철수를 실행하기 위하여 폭격기를 철수시킨 지 수년 만에 다시 그곳에 폭격기를 투입시키기 시작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극렬 이슬람 반정부군 ISIS(The 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에 의해 신자(Sinja) 산속으로 내몰린 비이슬람계 커디스와 야지드 소수민족을 기아와 대학살로부터 구제하고자 폭격을 시작한 것은 미국다운 처사임에는 틀림이 없겠으나 이에 따른 방대한 국력소모와 국제사회에서의 경제 경쟁률의 강하는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현재 우크라이나 군과 친 러시아계 반군과의 무력충돌, 2,000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내고서도 끄떡하지 않는 팔레스타인 하마스 테러집단과 죽음을 불사하고 맞서는 이스라엘군 사이의 혈전, 그리고 시리아를 초토화시키면서까지 끈질기게 권력을 내놓지 않는 아자드 대통령과 자유민주주의를 쟁취하려고 사력을 기울이는 반정부군과의 무력투쟁으로 인하여 극도로 불안해진 국제관계의 소용돌이 속에 처해있다. 미국의 2015년 군사비용 예산이 미 전체 예산의 16%, 이는 전 세계 10대 강국의 군사비용을 총망라한 금액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이다.
미국의 현재 예산적자액이 1.5조 달러, 실업률 6.2%인 현실을 감안할 때 정말 이렇게 가다가는 미국이 심한 불경기, 경쟁률 약화, 군비 팽창의 악순환에 의해 세계 최강대국의 위치로부터 제2, 제3위의 국가로 추락할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학계에서도 미국의 흥망성쇠와 연결되는 연구발표가 잇달았다. 1988년 예일대 역사학교수 폴 케네디는 인류역사에서 혜성처럼 빛을 발하다가 꺼져간 세계대제국(empire)들을 밑받침한 것은 그들의 탁월한 군사력과 이를 지탱해줄만한 경제력이었고, 이들 대 제국들을 쇠망으로 이끈 것은 과대한 군비증가와 이를 받혀주지 못한 부실한 물적, 인적 자원이었음을 지적했다. 협소한 농경국가의 부실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팽창했던 로마제국은 결국 방대한 군사력을 지원할 수 없어서 망했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자부했던 대영제국 역시 이를 지탱해 줄 물적.인적 자원의 부족으로 쇠했다. 거대한 식민지 인도를 1,250명의 영국 공무원의 능력으로 아프리카 지역에 퍼져있던 식민지를 단 1,000명의 영국인 경찰과 군인으로 지배할 수는 없었다. 2003년 부시정부가 섣불리 이라크전쟁에 발을 들여놓은 후 계속 군비를 증가시켜왔는데 이 추세로 국가의 자원을 고갈시킨다면 결국은 로마제국과 대영제국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0년 위스콘신대 교수 알프레드 맥코이는 ‘미국의 쇠망(The Decline of The American Empire)’이라는 저서에서 현재 미국의 경제적.군사적인 추세로 볼 때 2025년에는 전 세계에 산재하는 800개 이상의 군사기지 유지비를 충당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신흥 중국에 밀려 세계 제2위의 국가로 하락할 것이며, 2050년에는 인도 다음 국가로 추락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된 미국에 관한 비관적인 견해에 맞서서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상.하원 합동 연두교서에서 중국과 인도가 미국에 앞설 것이라는 예측은 용납할 수 없으며 결코 제2의 국가로 추락하지 않기 위하여 진지하게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을 다짐하였다.

미국의 강한 회복력은 2009년 리만 브라더스의 급작스런 파산과 뒤따라 일어난 19개 대형은행들의 파산으로 암울했던 미국경제가 그 후 얼마 안 되어 속속 회복세에 들어선 것을 경험한 우리 모두가 산 증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은 광대한 국토, 풍부한 천혜의 자연자원, 다국, 다문화권을 배경으로 한 다양하고 창조적인 인적자원 그리고 민주 법치국가의 면밀한 행정제라 하겠으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류역사에서 망국의 시련을 경험했던 어느 나라도 실현하지 못한 민주주의 이념의 구현이라 하겠다.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슬기롭게 제시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가’야말로 인류가 염원하는 이상형의 국가가 아니겠는가?

세계는 속진하는 통신과학 기술에 의해 화살보다 빠르게 균일화되고 있다. 때문에 먼 나라 타 문화권에 속하는 많은 나라들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서로 닮아가고 있다. 그리고 모두 미국을 닮아가려 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은 국제무대 위에 여전히 건재하면서 그들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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