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조기유학과 백년대계

2014-08-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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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훈 <사회1팀 기자>


휴가를 맞아 모처럼만에 한국을 방문한 기간 한국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끄는 뉴욕발 뉴스 하나를 접했다. 바로 본보가 최초로 단독 보도한 퀸즈 리틀넥 소재 C아카데미의 ‘조기 유학생 학대 사건’이었다.

영어교육과 조기유학에 점점 열을 올리는 최근의 분위기 만큼 한국내 학부모들이 받은 충격의 강도도 컸다. 사건을 처음 보도한 언론사에 근무한다는 사실만으로 비슷한 또래의 친지 또는 친구들로부터 ‘조기 유학생’ 사건에 대한 질문 세례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들의 대부분이 곧 학교에 입학하게 될 어린 자녀들을 둔 예비 학부모들이며 영어교육과 조기 유학이 주요 고민거리 중의 하나인 탓에 그 어떤 뉴스보다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어린 초등학생들 뿐 만 아니라 6세 아동까지도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서는 저마다 자신의 일인 듯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한국이나 뉴욕 한인사회의 가장 큰 관심이자 고민거리 중 하나가 바로 교육 문제인 만큼 이번 사건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파장의 세기는 쉽게 누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이 사건은 한 특정 시설에서 벌어진 일이란 점에서 뉴욕이나 미국내 모든 조기유학생 대상 한인 사설 학원들이 문제가 있다고 일반화할 순 없다. 하지만 해당 사설학원 관계자들이 경찰에 체포돼 본격적인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인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거둘 수 없는 이유는 이 같은 사건이 언제 어디서라도 얼마든지 또다시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 우리 한인사회 내 교육현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는 지점일 수도 있다.

한국의 또래 학부모들과의 대화 중 자식들의 교육 특히 영어교육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너도나도 조기 유학을 떠나는 마당에 “자칫 잘못하면 내 아이가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위기의식이 학부모들을 꽉 움켜잡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사실 이는 비단 한국 내에서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최근 뉴욕 일원의 몇몇 학부모들은 이곳 한인사회의 교육열과 경쟁은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흔히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일컫는다. 우리사회의 지나친 교육열과 경쟁의식이 ‘잘못된 백년대계’로 아이들을 경쟁의 최전선으로, 만리타국의 조기유학원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이번 사건과 같은 부작용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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