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근혜 대통령은 여왕이 아니다

2014-08-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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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전 언론인)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이래 최악의 정치, 도덕적 위기에 처해있다. 전복된 세월호 선실에 갇혀있던 300여 어린 학생들을 살려낼 수 있었던 마지막 순간 7시간 행적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아 국민을 아연케 하고 있다.

재난을 당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구해내야 한다는 헌법적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온 국력을 기울여 최선을 다해야 할 국정최고 책임자가 절체절명의 그 시간 어디서 무엇을 하였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떠도는 루머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치 도덕적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다.


국회에서 야당의원들의 질문 답변에 나선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에서 밝혀진 그날 그 시각의 대통령부재는 남 말하기 좋아하는 민심에 불을 당겨 박대통령의 사생활을 안주삼아 회자되면서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다.

국내 조선일보가 이런 여론을 반영하듯 칼럼 형식의 기명기사로 보도하였다. 인터넷에도 보도되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침묵하였고 의혹은 증폭되었다. 그러자 산께이 신문이 조선일보기사를 인용하여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번에는 청와대가 명예훼손이라고 강경대응, 검찰이 일본기자의 출국을 금지하고 소환장을 발부했다. 그리고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은 그날(4월 16일) 청와대 경내에 있었으며 23차례나 유선, 무선으로 서면보고를 받았고 그때그때 대책을 세우고 구조 활동을 지시하였다... 라고.

구체적으로 무슨 대책을 세우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가? 경내라면 청와대 어디인가? 의혹을 해명하는 데는 부족했다. 더욱이 7시간 만에 재난본부에 나타난 박대통령은 학생들이 바닷속 선실에 갇혀있었는데도 “구조대는 구명대를 입고 바다에 떠있는 학생들을 왜 찾지 못하고 있느냐?”고 엉뚱한 질문을 하였다.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을 그녀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23차례나 서면보고를 받고 있었다는 청와대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정통성 시비에 끊임없이 시달려온 박근혜 정부는 재임 1년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남북관계 악화로 한반도는 전쟁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는가하면, 인사 참사는 말할 것도 없고 내란음모사건, 간첩조작사건, 군대내 살인폭력 그리고 사고원인과 구조외면 등 의혹투성이의 세월호 참사 등등... 사건사고로 대한민국 건국이래 최악의 악재들로 얼룩져있다.

박대통령도 인간이며 사생활도 있다. 그러나 참사당일 7시간 동안의 부재가 사실이라면 사생활 존중이라는 미명아래 덮어질 수 없다. 300명 국민 생명은 대통령 사생활 따위보다 훨씬 소중하기 때문이다.

4월16일은 공휴일도 아닌 평일이며 아침9시부터 오후5시까지는 공무원 근무시간이다. 대통령은 정치인이자 행정수반이며 넓은 의미의 공무원이다. 더구나 여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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