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꿀꿀이죽

2014-08-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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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초, 나는 미군부대가 주둔해 있던 소도시에 살았다. 그때 당시 미군부대에서는 많은 음식물이 버려지고 있었다. 미군들이 식당에서 먹고 남은 것을 버리는 음식 쓰레기를 그들 몰래 약삭빠른 업자들이 모아서 큰 드럼통에 담아서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동네 길에서 팔았다. 그 버려진 음식들을 사서 끓인 것이 꿀꿀이 죽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 꿀꿀이죽을 먹고 자랐다. 불과 5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때 그 세대들이 헝그리 정신으로 열심히 일하고 땀 흘려 노력해서 우리나라에 눈부신 경제성장의 주역들이 됐다. 비록 멀리 떠나와서 이민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고국이 잘되고 좋은 일들만 있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 아닌가.

그러나 요즘 들려오는 소식들은 우리를 우울하게 할 뿐이다. 입시 경쟁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어려서 부터 인성교육을 하며, 우선 사람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풍요한 물질이나 발달된 첨단문명이 우리를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할 수 없다. 인간됨이 먼저여야 한다. 그 가난했던 시절, 비록 꿀꿀이죽을 먹고 자랐지만 서로 간에 인간미가 있었다. 배는 고팠지만 지금처럼 삭막하지는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물질 만능의 요즘 시대가 절대로 부족했던 옛날에 비해 더 행복하지 않다. 물질의 풍요함은 인간을 편하게 하지만 행복하게 하진 못한다. 인간이 되지 못한 사람들의 정치란 탐욕과 부정만 있을 뿐이다. 인간은 먼저 인간다움이 있어야 한다.

석인준(리틀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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