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얼음물 뒤집어쓰기’

2014-08-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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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논설위원)


나눔은 인간의 본성이다. 사람이 함께 사는 사회에서 서로 나누는 일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다. 나눔은 가장 아름답고 큰 것이다. 나눔은 나하고 만의 관계가 아니다. 누구나 그 범주에 속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나눔을 베푸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눌 줄을 모른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나눔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순간 선택이다. 나누면 삶의 울타리가 조금씩 넓어진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도 자란다. 나눔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눠준다. 사랑을 하게 되면 행복해진다. 그러면 자꾸 더 나눠주게 되는 법이다. 참된 공동체의식은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하고 우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눔뿐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주커버그. 그가 자신의 머리에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리고 다음 타자로 MS 설립자인 빌 게이츠 등 3명을 지목했다. 자신도 뉴저지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의 권유를 받았다고 했다.
고 케네디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헤이니스 포드 집에서 일렬로 선후 각자가 아이스버킷을 머리에 뒤집어썼다. 미망인 에델 사카켈 케네디는 물을 붓기 전에 오바마 미 대통령을 지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지명은 고맙지만 돈(기부)으로 대신할 것임을 밝혔다.

며칠 전에는 플러싱 관할 109 경찰서의 경관들이 얼음물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한인 젊은이들이 친구들을 지명하면서 머리에 얼음물을 붓는 영상들도 곳곳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왜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일까? 한여름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난치병 환자를 돕는 ‘얼음물 뒤집어쓰기’ 열풍에 동참한 것이었다.

요즘 미전역에서 얼음물 뒤집어쓰기인 일명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보스턴에서 루게릭병(ALS) 환자의 자선기금 모금을 위해 고안한 일종의 SNS 릴레이 캠페인이다. 전 보스턴 칼리지 농구선수인 피트 프레이즈가 루게릭병 진단을 받자 지인들이 기금모금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 온라인을 타고 전국적인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난치성 질환인 루게릭병에 관해 대중에 알리면서 치료법을 개발하고 이 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쓰일 기부금을 모으는 이벤트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참여방식도 참 재미있다. 누군가로 지목받은 사람은 루게릭병 협회에 100달러를 기부하거나 24시간 이내에 얼음물이 담긴 물통을 머리에 쏟아 붓는 인증 샷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려야 한다. 미션을 완료하면 다시 3명의 도전자를 지명하면 된다. 물론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기부도 하면 더욱 좋은 일이다.

최근에는 정계, 재계 유명 인사들을 시작으로 연예인들이 다수 참여하는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그 열풍이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 불도저, 헬기 등을 동원해 물을 뿌리는 재미있는 동영상들도 올라올 정도로 인기다. 그렇다고 유명 인사들만 동참하는 건 아니다. 경찰, 소방관, 공무원, 일반 주민과 보스턴 마라톤 피해자 등등 미전역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기부와 나눔에 하나 둘씩 빠른 속도로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진 자뿐만 아니라 소리 없는 다수가 만들어내는 나눔의 힘이 엄청나다. 그들은 스스로 나눔의 힘에 놀라고 감동하면서 또 다른 나눔을 자연스레 준비한다. 자신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 나눔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미국속의 한인사회서. 한인사회 속의 가족, 직장, 지역, 학교, 종교공동체 등등. 수많은 공동체 속에서 서로 부대끼며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런 공동체는 배려가 없으면 깨지기 마련이다. 서로를 이해하는 배려 곧 나눔이 있어야 한다. 작은 나눔이라도 실천하면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인 ‘얼음물 뒤집어쓰기’ 내 것을 나눠주는 마음의 여유, 나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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