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전의 앞뒤 같은 알콜과 우울증

2014-08-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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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객원논설위원>


웃음으로 사람들을 평생 즐겁게 해줄 것 같았던 세기의 낭만파배우 로빈 윌리엄스(63)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난 11일 캘리포니아주 티뷰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원인은 자살로 판명됐다. 그는 죽기 전 알콜과 마약중독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그로인한 우울증을 앓아 왔다고 한다.

1989년, 수많은 사람들을 낭만파로 살게 만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 Society)’에서 로빈은 이런 말을 한다. “의학과 법학,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는 필요한 거야. 하지만 시와 미(美),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이라고. 보수적인 남자사립학교의 영어선생인 로빈이 시와 문학을 가르치며 학생들에게 한말이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도, 우울증에 걸려 오래가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나보다. 로빈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것이 좋은 예다. 우울증을 더 극단으로 몰고 가는 것 중 하나는 알콜인 것 같다. 지인 중에 술과 사람을 좋아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는 술을 사기를 좋아해 친구들이 많았다. 아무데서나 돈을 내곤했다.

그렇게 살다보니 삶이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크레딧카드에 쌓였던 돈은 술값으로 마냥 빠져나가고 가정은 돌보지 않는 채 친구들과 때 되면 나가 흥청망청하기 시작했다. 하루도 아니요 수년이 지나자 그에게 남은 건 빚 밖에 없었다. 결국 파산해야만 하는 처지에 도달하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사람을 기피하게 됐다.

그렇게 나가던 외출도 안하고 친구도 안 만나게 됐다. 그에겐 심한 우울증이 찾아왔다. 하루도 술이 없으면 안 되는 알콜중독이 돼버렸다. 돈이 있을 때의 술 좋아하는 것과는 판이한 현상이 그에겐 나타났다. 친구들도 그를 찾지 않았다. 모든 걸 알콜로 잊어버리려 했다. 결국 그는 자살을 택해야만 하는 지경까지 갔다.

그가 다시 살아난 것은 술을 끊고 부터였다. 독하게, 아주 독하게 마음먹고 끊어버린 술이었다. 술에서 해방 받은 그의 생은 점점 나아지기 시작했다. 우울증도 사라져 버렸다. 수북이 쌓였던 빚도 거의 다 갚게 됐다. 밖으로만 돌던 그의 마음은 가정으로 돌아왔고 파산, 이혼직전까지 갔던 그의 가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2008년 10월2일 한국의 국민배우 최진실(39)이 그녀의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로 발견돼 자살로 판명 났다. 이혼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안티 최진실’에 대한 부정적여론 등으로 인해 그녀는 술을 가까이 하게 됐고 우울증을 앓다가 목숨을 끊었다. 얼마 있다 그녀의 남동생 최진영(2010)과 전남편 조성민(2013)도 자살했다.

아마도 우울증이 주된 원인이었을 것 같다. 우울증(憂鬱症·depression)이란 소리 없이 죽음을 부르는 병이라고도 한다. 원인은 다양하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 진학좌절, 가족갈등 등에 기인하며 유전적, 환경적, 신경학적 요인과 대인관계, 성격 및 인품 등의 요소가 어떻게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라 원인이 다르다 한다.

한가지, 우울증에 술이나 마약이 첨가되면 죽음으로, 즉 극단적 선택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가까워진다. 낭만파 로빈이 알콜과 마약중독 치료를 받다가 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불귀의 객이 된 것은 남의 일이 절대 아니다. 최진실도 마찬가지다. 현재 나에겐 우울증이 없는가. 있다면, 절대 술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우울증의 증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살고 싶지 않다는 삶의 의욕상실이며 다음엔 불안한 마음의 계속이라 한다. 매사가 시큰둥해지며 도피처를 찾게 된다고 한다. 이런 우울증을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는 전문가를 찾아 상담 하거나 치료를 받는 것이 있고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는 신앙으로 극복하려는 방법도 있다.

로빈의 경우, 알콜과 마약중독의 치유과정에서 우울증이 계속된 것은, 일종의 금주와 금단(禁斷)의 공황상태에서 발생된 자살로 볼 수도 있다. 아마 로빈도 최진실과 마찬가지로 음주상태에서 목숨을 끊지 않았나본다. 알콜과 우울증은 동전의 앞뒤와도 같다. 마약, 즉 약물도 마찬가지다. 목숨, 명대로 살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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