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작용 낳은 관리형 조기유학 열풍

2014-08-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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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온 저학년 조기유학생들을 위탁받아 관리해온 현지 한인학원 관계자들이 지난 주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됐다. 타인에게 맡겨둔 미성년 조기유학생 문제가 또 터진 것이다.

이번에 고발된 것은 10세 전후의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가해진 신체적·정신적 학대다. 그 수위가 미국의 교실에선 용납되기 힘든 정도다. 폭행과 폭언에 더해 처벌로 식사를 못 먹게 하거나 화장실 이용을 제한해 자리에 앉은 채 오줌을 싼 일도 있었던 것으로 신고 되었다. 체포된 학원장과 교사는 “말썽을 부리고, 나쁜 장난을 치고, 떠들고, 시험점수 나쁘고…” 등의 위반에 대한 훈육 정도로 간주한듯하다고 뉴욕 퀸즈 검찰청 대변인은 밝혔다.

아동학대 사실여부는 재판이 진행되면서 밝혀질 것이다. 학원 쪽에서는 자신들과 갈등을 빚어온 홈스테이업자의 모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학대 이든, 사업상 이해갈등이든 `글로벌시대의 선진 자녀교육’을 꿈꾼 조기유학의 목적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한국의 과잉교육열이 빚어온 미성년자 조기유학 열풍은 엄마가 아이의 유학길에 따라나서며 기러기아빠에서 펭귄아빠, 독수리아빠 등의 신조어와 함께 부모가 생이별하는 이산가족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4~5년 전부터 등장한 ‘관리형 조기유학’은 이런 부작용에 대한 대안도 될 수 있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부모가 함께 안가도 안심하고 맡겨놓을 수 있도록 학교와 과외, 숙식과 취미, 대학진학 안내까지 교육전문가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된다고 홍보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수요가 증가하면서 검증되지 않는 비전문가들의 관리프로그램도 우후죽순으로 함께 늘어났다. 이번에 고발당한 학원도 조기유학생들의 과외수업만 담당한 것이 아니라 사립학교 입학, 홈스테이 알선 등 이른바 ‘관리형 조기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급히 달려온 엄마들은 아이들이 겪은 악몽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또 다시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면 아직 엄마의 손길이 절실한 아이들을 낯선 곳에 꼭 보내야 했는지, 그들의 체류환경을 얼마나 철저하게 검증했는지 먼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이 어린 미성년 자녀를 ‘나 홀로 조기유학’으로 내모는 부모들의 만용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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