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인 미수자 김 일병

2014-08-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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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홍/ 시인(해외 기독문학협회 회장 )


사람의 삶은 누구나 시요, 수필이요, 소설이다. 다만 그들의 삶이 문자화 되지 않았을 뿐이다. 최근 한국의 G,O.P에서 일어난 임 병장의 동료 살인사건도 자존감을 느끼지 못한 고독하고 외로운 청년의 이야기, 하나의 우울하고 슬픈 소설이다.

내가 알고 있는 군대 이야기 한 토막이 있다. 지금부터 50여 년 전 철원에 있는 포병부대에서 일어난 일이다. 철원은 6.25 전쟁 때 수십 번 빼앗고 빼앗기다가 마지막으로 우리 아군 김 만술 상사가 점령했던 전술의 요새지인 백마고지(白馬高地)가 있는 곳이다.


어느 날 한가롭게 장병들이 휴식하고 있을 때 그 중의 한 사람인 고(高) 하사가 앉아 있는 체격이 좋은 김 일병을 일으켜 세우고 권투하는 폼을 잡았다. 물론 장난이다. 얼결에 일어난 김 일병도 그의 장난에 흥을 돋우었다. 그 날 밤이다. 자고 있는 모두에게 비상이 걸렸다. 내무반 뒤에 집합하란다. 졸병인 그도 불려 나갔다. 고 하사가 모두를 엎드려 놓고 야전삽 자루로 한 대씩 치고 난 후 김 일병만 엉덩이가 떡이 되도록 때렸다. 낮에 서로 장난하며 약간 기분이 상한 모양이다.

며칠간 기어 다니던 김 일병은 생각했다. 부대에서 자기보다 낮은 계급자들을 못살게 괴롭히는 저 놈은 사람이 아니라 벌레다. 저런 벌레는 없애야 한다.
그 무렵 간첩이 자주 나타나 실탄지급이 있었다. 내무반 막사 가까이에 보초인 그는 고 하사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한방이면 큰 멧돼지도 하늘로 튀는 M1 총알 여러 발인 한 클립을 장전 (裝塡) 하였다. 캄캄한 밤, 보초시간 중간 쯤 어금니를 불끈 악물고 그가 자고 있는 내무반을 향해 돌진하였다. 그 때다, 갑자기 입에서 이상한 말이 튀어 나왔다. 방언(方言) 이다.

성경엔 세 가지 방언이 나온다. *사람끼리 하는 방언(배우지 않았는데 나오는 외국어-사도행전) *사람과 하나님 간에 하는 방언(통역 은사 받지 않은 사람은 알아듣지 못함-고린도 전서) *사람과 동물이 말하는 방언(민수기) 위중에서 두 번째 방언이다. 뛰어가던 그는 너무 놀라 멈춰 섰다. 긴박한 상황에서 하나님의 임재였다. 더 갈수 없었다. 발을 멈춘 그는 분을 참지 못해 큰 소리로 울었다. 김 일병은 보초를 마치고 내무반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다음 날부터 고 하사가 아프기 시작했다. 열이 40C를 넘고 입술이 새까맣게 타며 누워 있었다. 며칠 지켜보던 김 일병은 그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그의 곁에 가서 그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였다. 감동을 받았는지 그가 울면서 사과를 했다.

자기 아버지도 목사라고, 그 후 당시 신학 대학 1년을 마친 김 일병은 이상한 연유로 그 부대의 상급 부대인 포병사령부에 파견되어 군 교회에서 설교를 맡았다. 교회도 안 나가던 고 하사는 졸병들을 다 인솔하여 상급 부대인 교회로 몰고 왔다. 목사 아들이라 교회에서 자란 그가 풍금( Organ)을 칠 줄 알아 예배 반주자가 되고. 그를 죽이려 했던 김 일병은 200여명 모이는 군인 교회에서 매주 설교를 했다. 일 년 반 후다.

착실해진 고 하사는 장교로 임관하는 훈련을 받으러 가고 상사를 죽이면 무조건 사형인 김 일병은 무사히 제대를 하였다. 김 일병은 나중에 목사가 되어 40여년 목회 생활을 하고 은퇴했으나 그 때 임재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잊은 적이 없다. 다메섹에서 예수를 만났던 사도 바울 같은 체험이 아닌 가? 아니 그 때 받은 방언을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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