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상가렌트 구속중재안의 입법을 기대하며

2014-08-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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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경제팀 차장)

한인 소상인들에겐 그 어느 해 보다 잔인한 여름이다.세탁소, 생선가게, 네일업소, 델리 등 리스 재계약을 하지 못해 결국 폐점했거나 문을 닫을 처지에 있다는 한인 소매상들의 소식을 지난 2개월여 동안에만 20건 가까이 들었다.

맨하탄 업타운의 모 생선가게는 5년 이상 매달 8,000달러의 렌트를 내왔지만 랜드로드가 재계약에 앞서 갑자기 1만5,000달러로 올리면서 지난달로 사업을 접어야 했고, 미드타운의 한 한인델리 역시 월 렌트 1만 달러에서 4만5,000달러로 인상한다는 통보를 받고 리스 재계약을 포기해야만 했다.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생업을 잃은 업주는 “무슨 할 말이 있겠냐. 아무 소용없다”며 넋두리를 했다. 김성수 뉴욕시소상인총연합회장은 “가뜩이나 불황을 겪고 있는 소상인들이 치솟는 렌트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랜드로드들이 보다 많은 부 축적을 위해 소상인들의 생계 터전을 강제로 빼앗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진 자’들의 욕심이 도를 넘고 있다는 얘기다.

건물을 살까, 가게를 살까 고민하다 가게를 선택한 이들에게는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한 전자업체의 광고 카피가 뼈에 사무치는 시기다. 지난해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연설과 지적한 내용을 모아 ‘사제로서의 훈계’라고 알려진 문서를 공개했다. 그는 규제 없는 자본주의를 새로운 독재라고 했다. 모든 시민들은 존경받을 수 있는 직업, 교육, 건강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 상용 건물주의 횡포를 막기 위한 상가렌트 구속 중재안이 뉴욕시의회에 상정됐다. 특별한 범법 사유나 건물 파손 등의 이유가 없다면 기존 테넌트에게 리스 재계약 우선권을 제공하고 테넌트와 랜드로드간 희망 렌트 차이가 클 영구 중재기관이 중재에 나서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뉴욕소상인총연합회는 이번 중재안의 입법화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랜드로드의 횡포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리스권에 목을 매고 있는 평범한 소상인들은 언제든 생업을 잃고 길바닥에 내 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업을 직접 지키는 것이 어렵다면 법의 힘이라도 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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