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마취과 의사의 죽음

2014-08-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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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영(목사)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있다’는 말을 증명이나 하듯, 요즘 부쩍 자주 일어나는 항공기 참사가 잊어버리고 가슴아픈 슬펐던 일을 다시 회상케 하고 있다.

지난 17일 우크라이나에서 추락해 298명 죽은 말레이 보잉 777도, 1983년의 KAL007과 흡사하여, 러시아의 오판 사격으로 269명이 사망하였다. 그 말레이 항공기 속에도 에이즈 치료의 세계적 권위자 의사가 탔다지만, 31년 전 KAL기 속에도 신출내기 마취과 의사 한 사람이 타고 있었다. 그는 한 시간쯤 후에는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마중 나온 부인을 만날 참이었는데, 곧 닥쳐올 재앙도 모른 채 북해도 상공을 날고 있던 가련한 나의 친구 김영식의 논픽션이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그는 천신만고 의대를 졸업하고, 운수대통 D병원 마취과 인턴이 되더니, 우연일치 마취과장의 눈에 발탁되어 그의 딸과 혼인성사 되어 승승장구 럭키7의 날개를 달고 날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장인의 출장명령을 받고 뉴욕에 가서 조수들은 일찍 보내고 일주일 더 머물다 탄 비행기가 83년 9월1일 KAL KE 007기 였다.

우리들은 그의 갑작스런 비보를 듣고 국화꽃 한 다발 들고 시신 없는 초상집에 문상 갔지만, 한마디 이로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번 말레이기 추락땐 다수의 시신은 수습했지만, 그땐 다 공중분해 됐고, 장례식 관 속에는 평소 그가 입던 양복, 구두 등을 넣고 장례를 치렀는데, 벌써 임신 3개월 된 미망인은 돌 지난 아들 업고 시신 없는 관 붙들고 절규하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세월호 침몰이나 KAL기 추락은 자국 과잉보호에서 오는 오판이거나, 조종미숙과 인스펙트 부실로 인해 생기는 인재인 경우가 허다하다. 오늘도 한국사회 속에 독버섯처럼 서식하고 있는 또 다른 사이비 이기집단, 광신도들의 경계를 늦출 수 없고, 또 북쪽의 호전 광기 부리는 노름꾼들의 오판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오늘도 조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노파심마냥 늘 물가에 두고 온 어린아이 보는 듯 불안한 심정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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