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의 탐구

2014-08-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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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목사>
미국의 경우 자기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78%나 된다.(AP통신) 문제는 무엇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달렸지만 어쨌든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것이다. 행복도(度)에 대한 주별 통계도 나왔는데 루이지애나 주민이 최고점이고 뉴욕 주민이 꼴찌이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사람들 44%가 행복하다고 말한 반면, 진보적인 사람들은 겨우 25%만이 행복하다고 응답하였다.

한국의 퇴폐풍조는 매스컴이 연일 다루지만 조금도 사라지지 않는다. 퇴폐생활의 논리는 단순하다. 돈으로 재미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교제 인사 회의 비즈니스 등 공금 사용이 광범위한 풍토이니 유흥가는 번창하지 않을 수 없다. <돈-재미-행복>의 잘못된 공식이 퇴폐의 뿌리이다.

뉴욕타임스 지는 ‘돈과 행복의 함수관계’에 대한 최근 연구들을 정리하였다. 칼 융 연구소 소장인 존 레비(Levy) 박사는 돈푼이나 모은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아플루엔자(affluenza)’란 병명을 발표하였다. 돈 있는 사람들이 흔히 갖는 네 가지 증세가 있다고 한다. 첫째 의욕이 약화 되고 헌신을 주저한다. 둘째 권태 증세가 심해진다. 셋째 부(富)가 쌓일수록 의심도 커지며 참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 넷째 땀이 덜 들어간 돈일수록 죄책감과 열등감을 더 가진다.


행복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그린커(Grinker) 박사는 록펠러의 다섯 아들을 예로 들었는데 그들은 모두 뚜렷한 윤리관과 이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돈 많은 불행한 인간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린커 교수는 ‘돈과 정서’의 함수관계도 연구하였는데 돈이 많아질수록 감정이 빈곤한 메마른 인간이 된다고 한다. 역시 행복의 문제를 연구하는 미크스(Meeks) 교수는 “부잣집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남을 위하여 건설적인 일을 하는 것이 결국 자기의 행복을 위하는 것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하였다.

<돈-재미-행복>의 공식은 결코 성립하지 않는다. 정말 재미를 보려면 향락보다는 오히려 희생을 하여야 한다. 쾌락은 임시적으로 아편의 역할을 하지만 습관이 되면 파멸의 독약이 된다. 한국인의 퇴폐풍조의 문제는 업소의 문제가 아니고 가치관의 문제이다.

행복은 마음속에 있다. 태양이 떠올라도 내가 눈을 감고 있으면 여전히 흑암이며, 하늘이 맑게 개어있어도 젖은 옷을 걸치고 있으면 궂은 비 내리는 음산한 날의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파랑새’의 작가 마테를링트(M. MaeterLinck)는 그의 작품에서 “어쨌단 말인가? 지금까지 내가 찾아 헤맨 파랑새가 여기에 있었는가! 인간은 너무 멀리 찾아 돌아다니는구나.

정말 파랑새는 옛날부터 여기에 있었단 말인가!”하고 외친다. 놀라운 발견은 인생을 보는 자기의 마음의 방향에 달려있는 것이다. 행복을 잡으려는 그 자체를 인생의 목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행복을 의식하지 말고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것에 자신을 투자하면 어느새 자기가 행복의 한 복판에 서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행복이란 얻어지는 것(혹은 발견하는 것)이지 찾아다니며 얻는 것이 아니다. 찾아서 얻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쾌락이라고 한다. 쾌락이란 욕망의 충족일 뿐이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고린도 후서 12:9)는 성경 말씀처럼 이미 나에게 충분히 주어진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의미를 잃는 것(meaningless)이다. 불행은 돈이 없고 건강이 나빠서가 아니라 무의미라는 진공(眞空)상태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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