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교회 추락은 물질만능·세속화가 원인”

2014-07-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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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학대 주승민 교수 남가주 방문

▶ 신학교육 개혁으로 성경적 지도자 키워야

“한국 교회 추락은 물질만능·세속화가 원인”

주승민 교수(맨 오른쪽)가 최근 일본으로 단기선교를 떠나는 교인들과 사진을 찍었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온 이후 교회는 부흥과 쇠퇴를 거듭했다. 가혹한 탄압 속에서 복음의 풍성한 열매를 맺었는가 하면, 엄청난 특혜 가운데 타락의 길로 추락하기도 했다. 그리고 영광과 조롱이 교차하는 교회의 굴곡진 여정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추락하는 새에는 날개가 없다고 했던가. 개신교의 신뢰는 곤두박질치고 교인은 빠르게 줄고 있다. 주일학교는 어린이들이 없어 고민이다. 과연 한국 교회는 다시 부흥의 날개를 펼 수 있는가.

“역사를 되돌아보면 교회가 세속화 될수록 교세는 후퇴했습니다. 한국 교회도 물질 만능주의에 빠져 본질을 추구하지 않고 번영 신학에 치우쳤어요. 자본주의에는 장점이 많은데 교회에서는 병폐가 심해진 겁니다.”


서울신학대학교 주승민 교수는 풀러신학교와 도서기증 과정을 논의하기 위해 남가주를 방문했다. 교회사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현재 대학에서 도서관장을 맡고 있다. 풀러신학교는 서울신학대에 약 2만5,000여권의 장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교회에서도 약육강식의 논리가 판치고 있습니다. 큰 교회만 생존하게 되는 거죠. 대형 교회도 원치 않는 역기능이 생기고 있어요. 그러면서 세상에서는 교회의 영향력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바른 신학이 정립되지 않은 탓이 큽니다.”

신앙이 삶과 일치돼야 하는데 교회와 크리스천이 이런 점에서 실패했다고 주 교수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교회가 사회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안목도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세계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성경적 세계관을 교인에게 교육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교회가 이런 점에서 뒤쳐져 버렸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에 대해서도 성서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청지기 의식이 부족하니까 부패하는 것이거든요. ‘내 힘으로 번 것이고, 내 것이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성경적으로 소유한다’는 가치관이 기독교인에게 정립돼야 합니다.”

현대는 목회자에 대한 실망이 날로 커지는 세대다. 교역자는 평신도보다 더욱 엄격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도’를 실천해야 한다고 주 교수는 강조했다.

“목사인 자신도 지킬 수 없는 걸 갖고 교인을 꾸짖으면 안 됩니다. 성도를 탓하기에 앞서 목사는 매일 회개해야 합니다. 세미나도 좋고, 네트워킹도 좋지만 그보다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죠. 교인이 교회를 떠나면 자기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간 것처럼 아픔을 느낄 줄 아는 목회자가 돼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가 삽니다.”

주 교수는 신학교 교육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성경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주변상황에 대한 이해 폭이 넓으며, 감동을 주는 설득력 있는 지도자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초대교회의 지도력이 바로 여기서 나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국 교회에게 밝은 미래가 있다는 것 분명합니다. 18세기 감리교의 웨슬리 성령운동이나, 19세기 미국의 성결운동과 오순절 운동 모두 침체한 교회를 다시 부흥시켰습니다. 우리도 기도와 실천적 신앙을 되살리면 재도약의 발판을 다질 수 있습니다.”

주 교수는 기독교인의 인격적 변화와 은사 중심의 성령운동이 병행돼야 한다고 단언했다. 미국교회도 19세기 초 성결운동이 오순절 운동으로 이어지면서 대각성이 이뤄졌고 부흥으로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오순절 성령운동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도를 철저히 제자화 하고, 기도 많이 하는 교회는 이 와중에도 성장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인의 성품이 변화해 세상 속에서 영향력을 회복하고, 수시로 모여 기도하는 교회가 되면 부흥의 원동력이 되살아날 것입니다. 기본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하자는 거지요.”

세상과 문화는 변해도 복음의 능력은 언제나 본질적이며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 교수는 단언했다. 또 기독교인이 복음적 세계관을 갖고 사랑을 나눈다면 세상은 한층 평안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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