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탐욕과 몰락’

2014-07-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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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프랑스의 유명한 사회학자 기 소르망은 지난 2012년부터 1년간 미국에 머무르면서 부호들의 기부문화를 취재한 것을 책으로 엮었다. 제목은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이다. 이 책에서 그는 존 라커펠러, 조지 소로스, 빌 게이츠, 워렌 버핏으로 이어지는 미국부호들의 기부는 하나의 문화라고 결론지었다. 이 기부문화가 바로 미국을 강대국으로 이끄는 근간중의 하나이다.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덕목으로 생각하며 사는 이들 부호들은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어려운 사람들의 삶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인생 후반기가 되어도 거듭 거듭 태어나는 새로운 삶을 희구한다. 이러한 삶은 전적으로 타인과 함께 가진 것을 공유하고 나누고자 하는 의식에서 비롯된다. 나눔과 기부의 꿈을 공유하면 그 꿈이 얼마나 풍성해질지를 상상하며 이들은 기부와 사회 환원을 노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실천한다. 진정한 부자의 의미와 나눔의 기쁨을 알기 때문이다.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살아생전 재산의 90%를 사회에 기부하며 멋진 인생을 살았다.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는 자선을 위한 재단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를 설립 운영하고 있고, 워렌 버핏도 이 재단에 이미 420만 달러를 기부해 이들은 재산을 버는 데만 명수가 아니라 쓰는 데도 전문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오늘날 미국 부호들의 가정이 사회에 기부하는 돈 0.08%가 전체 기부규모의 22%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부자들의 이러한 자발적인 기부가 가난한 자의 힘이 되고 미국사회 구석구석을 환히 비추는 빛이 되고 있다. 열심히 벌어서 정승처럼 쓰겠다는 의미의 ‘노블리제 노블리주’ 정신으로 살다 명예롭게 이름을 남기고자 하는 이들의 값지고 고귀한 정신이다.
경제대국에 들어섰다고 떠들썩한 한국의 부자들은 어떤가? 온갖 편법과 비리 등을 다 동원해 돈을 벌어서 대물림을 하거나 움켜쥐고 있다 부모와 자식, 형제간에 재산다툼을 하면서 시끄러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 세모그룹 대표 유병언도 온갖 불법을 저지르다 결국 대형 참사를 부른 세월호의 실소유주로 3개월간 검경에 쫓기다 부패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매실 밭에서 이미 40일전 마을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는 그의 시신은 발견 당시 근처에 술병이 널브러져 있었고, 시신은 이미 부패된 후 백골화가 진행 중이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그의 시신이 찢겨져 있고 목도 부러진 상태였다는 확인 안 된 일설까지 있다.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번 수 천억 원을 가지고 호화롭게 살던 한 인간의 말로치고는 너무나 처참하다. 그의 부인과 아들과 딸도 차례로 검거됐으며 남은 둘째 아들도 추적중이라니 그와 일가족이 몰락하는 광경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유병언의 탐욕스런 삶과 몰락한 자신, 그리고 일가의 이야기를 27일자 머리기사에서 ‘몰락 앞의 탐욕(Greed before the Fall)’이란 제하의 기사로 대서특필했다. 그의 추한 치부와 처참한 인생의 종말을 전 세계에 낱낱이 드러내고 말았다.

일찍이 그가 “모든 것을 얻고자 하는 욕심이 도리어 모든 것을 잃게 만든다”는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의 말을 마음에 새겼다면 이런 처참한 말로를 맞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탐욕이 모든 것을 잃게 만든다는 진리를 간과했기 때문에 그는 자신만이 아니라 일가족 모두를 망치는 몰락의 길로 인생을 추하게 마감했다. 그리고 사회 전체에 혼란을 초래하고 많은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큰 해악을 끼쳤다.

유병언의 죽음은 부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많은 부자들이 올바른 방법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또 그 돈을 풀지 못하고 탐욕스럽게 사는 것이 문제이다. 나쁜 짓을 하며 자신의 배만 채우는 가난뱅이 부자들이다. 진정한 부자는 단순히 돈의 축적만이 아니라 보다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돈을 바르게 벌고 제대로 쓰는 자세가 필요하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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