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은 죽을 때 잘 죽어야

2014-07-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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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인간으로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다 한 번은 죽는다. 우주의 법칙이다. 인간뿐만 아니다. 생명을 갖고 태어난 모든 생물들은 한 번 태어났으면 반드시 죽게 돼 있다. 상식이다. 그런데 다른 생물들이야 죽을 때 어떻게 죽든 그건 그네들의 마지막이라 잘 죽었네, 못 죽었네, 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의 죽음은 다르다.

사람은 죽을 때 잘 죽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 있을 때 그를 알던 사람들이 그의 죽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안 하게 된다. 죽고 나서 칭송이야 못 들을망정 욕을 먹어서야 쓰겠나.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고사하고 가족들과 친구들, 즉 아주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에게서 마저도 좋은 말을 듣지 못하는 죽음도 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변사체. 한 종교집단을 이루어 그렇게도 잘 나가던 교주의 비참한 시신. 신체의 80%가 없어진 채 반 백골의 상태로 발견된 그의 사체는 그의 죽음이 얼마나 비참한가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인 5억원이란 현상금을 걸고 그렇게도 찾아 해맨 유병언이다.

유병언만 비참하게 죽은 게 아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자신의 조상과 가문까지도 비참히 죽여 버렸다. 그는 죽어 심판의 자리로 돌아왔지만 아무런 반성도 없다. 세월호로 죽어간 학생들과 민간인들의 영령이 하늘에서 말 못하는 그의 사체를 보며 얼마나 원통해 하랴. 그를 잡기위해 들어간 혈세인 국고낭비 또한 엄청나다.

살아생전 돈의 욕심으로 무고한 생명들을 처참하게 죽음으로 몰고 간 세월호의 주인, 유병언. 그는 죽어서도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의 시신을 무연고자 처리하여 40일 동안 방치했던 경찰과, 그것도 모르고 유병언을 잡는 데는 아무 이상 없다고 큰 소리 팡팡 치던 검찰들이 얼마나 욕을 먹고 있는지 모른다.

어찌 이런 사람이 누구를 구원한다고 종교집단 이름을 ‘구원파’라 했을까. 또 그를 따르던, 아직도 그를 구원자로 따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한심하고 한심하다. 그런데 이런 유병언 같은 사람이 어디 한국에 한 둘만 있으랴. 지금도 몰래몰래 국가와 국민들 사기 치며 자기 배만 불리는 사람들 너무나 많이 있을 거다.

지난 7월21일 부자들이 많이 사는 뉴욕 롱아일랜드 지역에서 한 한인이 자기 집 수영장에 빠져 익사한 시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자살과 타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에 있다. 만에 하나, 죽음의 원인이 타살도 자살도 아닌 수영장이 그를 죽게 한 사고사라면 이를 어찌 풀이해야 하나.

“차라리 가난하여 수영장이 없는 조그만 집에 살았더라면, 그는 죽지는 않았을 텐데. 한참 노년의 여유를 갖고 남은 인생을 황혼의 너그러움으로 살아야할 67세에 명을 달리했으니 너무 안 됐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또 “참, 허무하게 죽었다”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찌됐건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데.

친구 하나가 있다. 친구는 술을 무척 좋아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술자리엔 빠지지 않는 그런 친구였다. 그에겐 생명보험이 있다. 생명보험은 죽어야 나오는 보험이다. 그런데 죽음의 이유가 술이라면 보험회사는 소송을 걸어 보험지불을 안 하거나 더 깎아 내릴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염려했다.

“내가 술 마시다 죽으면 보험회사에서 부검을 할 텐데, 배 속에 술이 잔뜩 들어 있어 그것이 사망원인이라면 가족들 보기에 얼마나 창피한 노릇인가. 그렇게 죽으면 안 되지. 죽더라도 깨끗하게 죽자!”하곤 그날로 술을 끊어버렸다. 그리곤 절대 술은 한 방울도 입에 대지도 않는다. 그로부터 그 가정은 문제가 사라졌다.

이순신장군은 죽으면서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며 장엄하게 죽었다. 예수는 십자가에 달려 죽으면서 하늘을 향해 보며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일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란 말을 남겼다. 자, 죽을 때 어떤 모습으로 죽어야 하나. 파렴치한으로는 절대 죽지 말자. 죽더라도 깨끗하게 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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