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의 정체성은?

2014-07-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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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 "왜 여기서 살게 되었는가?" 질문하면 가장 많은 대답이 자녀교육이다. Pearson 리포트에 한국은 핀란드와 나란히 가장 우수한 교육수준을 자랑하는 나라로 꼽히고 있고 미국은 17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교육을 위해 미국을 선택하는 이유는 아마도 만만치 않게 드는 과외비용, 아이들이 어깨 한번 제대로 펴보기 힘든 과잉경쟁, 실컷 공부해도 좋은 대학에 원서내기조차 힘들고, 시험위주의 주입식 공부 방식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한국인은 이곳의 수업방식에 불만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자녀들의 교육은 방과 후로 연결되면서 부모의 뒷바라지가 교육의 결정타를 치게 된다.

그런데 이곳 부모들의 자녀 뒷바라지 형태는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대학 입시 경쟁률이 사상 최고치에 달하면서 입학거부율도 따라서 높아지고, 입시생 부모는 대학에서 날아오는 편지에 한국에선 한 번에 끝날 희비쌍곡선을 열 번은 겪으면서 심장병 안 생기면 다행일 정도다.


그러나 일류 대학을 보내는 것이 교육의 목표이자 성공인 것으로 여기는 것은 한국적 사고다. 교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은 양육인데 이것은 바로 일류대학을 고집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하는 의무가 아닌가 생각한다.

교육은 자아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다. 한국아이가 미국이라는 환경 속에서 자아를 찾는 것은 한국아이가 같은 한국아이들 속에서 자아를 찾는 것보다 몇 배나 힘들다. 이런 중에 부모로서 아이가 겪는 어려움은 나 몰라라 하며 매일 아이에게 공부만 운운하고 있다면 그 아이의 눈에 부모는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고마움을 제외하곤 그 아이 인생에 방해꾼일수 밖에 없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누구라고 자녀들에게 가르쳐야 할까? 우리는 한국민족이면서 미국 국가의 일원으로 권리와 책임을 행사하는 ‘Korean-American’으로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같은 문화권을 공유한다. 이 안에서 자녀의 정체성이 확립되는데 바로 여기에 중요한 부모의 역할이 주어진다.

자녀가 자라면서 방황하는 시기만큼 부모를 괴롭게 하는 시간은 없다. 자녀들이 안정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대인관계를 맺고 융합할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줄 수 있다면 자녀에게 그보다 더 귀한 선물은 없을 것이다.
강화인(잉글우드 클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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