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래하고 춤추며… 성령으로 아이가 달라져요

2014-07-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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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혜한인교회 발달장애 학생 여름성경학교

▶ 찬양·운동·미술 공예 등 28일부터 2주간 사랑의 봉사자와 지내며 복음의 씨 쑥쑥

노래하고 춤추며… 성령으로 아이가 달라져요

지난해 은혜한인교회의 발달장애 학생 여름성경학교에 참가한 학생들과 봉사자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성령은 차별하지 않는다. 믿고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채워 준다. 돈이 많든 적든, 고학력이든 저학력이든, 교회를 얼마나 오래 다녔든, 한인이든 라티노이든, 예수 그리스도의 영 앞에선 차이가 없다.

지능이 평균치를 밑돌아도, 내면의 세계가 남보다 폐쇄적이더라도, 사회적 기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립성이 부족해도, 성령은 찾아온다. 발달장애 학생들이 모이는 여름성경학교는 예수 그리스도가 ‘낮은 자’를 높이는 증거의 현장이다.

여름방학 시즌을 맞아 선교단체와 교회 곳곳에서 발달장애 학생들을 위한 성경캠프가 열리고 있다. 은혜한인교회의 여름 성경학교도 28일 문을 연다. 다음달 8일까지 30명의 장애 학생들과 50명의 봉사자와 교사들이 뒤엉켜 울고 웃으며 2주간을 보내게 된다. 이 와중에 복음이 소통되고 성령의 사랑이 현실로 드러난다.


은혜한인교회의 장애인 사역국은 정식 명칭 대신 ‘Jesus Light’(예수의 빛)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발달장애 학생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구원의 길로 이끄는 사역에 헌신하고 있다.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는 여름성경학교는 ‘예수님만 자랑해요’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예배를 마친 뒤 찬양, 운동 및 레크리에이션, 미술공예, 율동 등 네 그룹으로 짜인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담당 사역자인 이승준 전도사와 스태프들은 주제를 정해 1년 어치 설교와 찬양, 각종 영상 등을 미리 준비한다. 그리고 2~3년 동안 반복한다. 다른 주일학교 활동과는 사뭇 다르다. 그런 만큼 발달장애 학생의 영혼에도 남부럽지 않은 복음의 씨가 뿌려진다.

“여름성경학교는 발달장애 학부모의 노고를 덜어주자는 뜻도 있어요. 방학기간에 자녀를 맡아주면 그래도 피로를 줄일 수 있지 않겠어요. 학생들의 생활리듬을 유지하는 방법도 되고요.”

이 전도사는 여름 성경학교에는 평소에 교회에 나오지 않는 발달장애 학생들과 부모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평생 처음 복음을 접한다.

첫째 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서로 땀을 흘리지만 두 번째 주에는 교역자와 학생이 일대일로 만나 복음을 나누는 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간 동안 교사는 문 앞에 무릎을 꿇고 내내 기도한다. 중증장애 학생을 위해서는 각종 그림을 동원하고 개개인의 눈높이에 맞춰 구원을 설명한다.

“학생의 표정이나 눈빛을 보면 변화의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물론 성령님이 감동을 주시고요. ‘아, 이 애가 아는구나’ ‘성령을 받았구나’ 마음의 기쁨이 확 몰려오는 순간도 많습니다”


교역자와 교사를 돕는 봉사자들은 대부분 고등학생들이다. 황금 같은 여름방학을 발달장애 학생들과 어울리며 보낸다. 이들의 작은 가슴에 사명의 씨가 자라면서 나름 큰 결심을 한 것이다.

“다른 교회에 다니는 고등학생들도 봉사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캠프가 끝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그동안 느낀 은혜를 나누게 되는데 교역자와 교사들이 감동을 받아요. 믿지 않는 학생이 봉사하러 왔다가 신앙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죠.”

발달장애 학생과 학부모도 여름성경학교가 무르익을 즈음이면 아쉬움이 커진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 옷을 챙겨 입고 “교회에 가자”고 조를 정도다. 신앙이 없는 어떤 어머니는 “전혀 노래를 하지 않던 아이가 집에서 흥얼거린다”며 신기해 하기도 한다. 성경학교에서 배운 찬양을 혼자 부르고 있는 것이다.

“여름 수련회에 마지못해 참가한 발달장애 학생이 첫 날부터 통곡하며 기도의 물결이 터진 적이 있어요. 말을 더듬는 아이인데 막힘이 없이 기도를 토해내는 거예요. ‘죄송하다’ ‘감사하다’ 기도하더니 가족, 친구, 선생님을 위해 기도했어요. 모두 성령님의 은혜를 절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발달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1% 정도로 추산된다. 사역자들은 남가주 지역에만 한인 발달장애인이 최소한 3,000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발달장애 자녀를 데리고 이주하는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문의 (714)497-6059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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