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은 끌려가는 그림자

2014-07-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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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구(목회학 석사)

내게는 두 친구가 있었다. 한 친구는 청년 때 죽고 다른 친구는 장년 때 죽었다. 그들은 가고 없지만 내 가슴에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꿈에서 청년과 장년이 된 그들을 만나는데 노년이 된 나는 그들에 비하면 나는 덤으로 살고 있는 것이 된다.

최초의 날과 최후의 날 사이는 다양하고 불확실한 삶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어서 그 기간을 고통스럽다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린애에겐 길고 세월이 화살 같이 느껴지는 노인에겐 짧은 것이 된다. 시간의 간격만 다를 뿐이고 누구도 속을 일이 없는 이 유일한 사실에 탄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였다. 우리는 짧은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그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누구나 벼랑 끝에 서있는 나이이며 인간 삶 전체가 전쟁인데 이 유일한 전쟁에서 기필코 승자는 없고 모두 패자가 되어 같은 곳으로 정명(하나님의 명령)에 의해 끌려가는 것이다. 오래 살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의 염원이다. 모두가 다 같은 곳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 나가는 이 짧은 생애, 너 나 없이 죽는 존재임을 생각지 않는다면 이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태어난 사람에게는 시간의 간격이라는 점에서 구별되지만 결말은 정묘하게 구별된다. 그러므로 살면서 벗이나 가족,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탄식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를 가까이 두고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은혜와 그와 함께 한 시간들의 기쁨이 있었는지 계산에 넣지 않고 잃은 사실에만 애통해 한다.

현재에서만 기쁨을 찾는 것은 인생의 기쁨을 좁게 한정하고 있는 것이며 미래와 과거도 기쁨이 될 수 있다. 과거는 기억에 의해 없었던 것으로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함께 했던 기쁨을 생각하고 슬퍼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인간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슬픔과 불안, 질병으로 인해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는 것인가. 게다가 인생의 반은 잠으로 보내고, 거기에 노고와 슬픔과 위험을 보태면 지극히 긴 생애도 진정으로 사는 삶은 매우 짧은 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인간이 일생을 안배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우리가 지배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조차 우연에 의해 단절된다면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살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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