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8.15 광복 독도 특별전을 앞두고

2014-07-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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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수(서양화가)

나의 작가 생활은 힘든 과거로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의 화업 40년이 되어간다. 지난 어려웠던 시간을 되돌리라 하면 다시는 화가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싶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자만이 고생의 깊이를 아는 것처럼 화가의 길은 험하고 멀게만 느껴졌다. 수많은 세월의 언저리는 배고픔과 절망이었고 희망이란 찾아볼 수 없는 가난의 무게였다.

그러던 중 나는 한국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몇 번의 기회를 만들어 봤지만 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쉽게 떠날 수가 없었고 .내나이 65세에 돌연 미국행을 결심한 것은 아이들이 성장하여 내 곁을 떠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내가 주는 용기에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나에게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도록 용기를 주었다. 정작 아이들이 반대를 하였을 때 아내의 밀어붙이기 고집이 아이들을 설득하여 무난히 올수 있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찾아온 이곳 뉴욕에서 이춘범 장로님을 만난 것은 참으로 행운이었다. 아내가 뉴욕 아트페어에 왔을 때 통역을 해주신 것이 인연이 되어 어려운 미국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장로님은 우리에게 생활에 필요한 서류와 부동산관계, 인터넷. 전화개통 등의 절차를 알려 주셨고 후에는 우리의 멘토가 되어 주셨다.

한국에서의 나의 그림은 반추상의 ‘산’그림 이었다. 한 달에 서너 번은 산을 정복하면서 스케치를 하고 마음에 담아, 집에 와서 주된 포인트를 살려가며 작품에 몰두했다. 어릴 적 뒷동산에 올라 진달래를 따먹고 버들잎으로 풀피리를 불던 어린 시절은 지금의 내가 산 작가가 되는 모티브가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그림이 그림 애호가의 개인 또는 기업에 소장되어 있는 모습을 볼 때는 더없이 기쁘고 감사했다.

한국의 유명산은 한 번씩 다 가보고 또한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뉴욕은 나에게 새로운 창작에 몰두하게 한 도시였다. 일찍이 팝아트의 선구자인 엔디워홀과 액션 페인팅의 대가인 잭슨 폴록의 그림이 미국이 낳은 대표적 화가들이다. 박물관, 뮤지엄, 갤러리를 다니며 내가 가야할 창작의 진로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려왔던 산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활용할까 하는 의문이 계속 이어졌고 드디어는 독도를 주제로 여러 번의 실험작을 거쳐 30여점의 작품이 탄생했다. 그림 크기는 거의 대작으로 한국인의 자부심을 그림으로 승화 시켰다.

이제 뉴욕에 온지 1년이 되는 시점에서 장로님은 우리에게 전시 기회를 만들어 주셨다. 올해가 해방된 지 69년이 되는 시점에 뉴욕 플러싱에 있는 타운홀에서 8월18부터 31일까지 열리게 될 8.15 광복 특별전이 뉴욕 한국일보에서 적극 후원하고 각 단체에서 지원하여 성황리에 열리게 된다. 순수한 개인의 전시회에 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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