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진핑 한국방문과 양국 공동성명

2014-07-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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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경(전 언론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한하여 박근혜대통령과 회담 및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양국은 북핵에 대한 확고한 반대와 함께 전통에 입각한 양국의 공동발전을 천명하였다. 이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우선, 일각에서는 이를 중미 사이에서 한국의 균형외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러한 해석은 타당하다. 사실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균형외교는 바람직하다. 경제뿐만 아니라 중국의 동북아 국제정치적 역할을 인정할 때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미국이 북핵이나 일본재무장 및 독도문제에 대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핵을 빌미로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고, 일본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미국은 신 미일 안보조약의 틀 속에서 대일관계를 진행시키고 있고, 겉으로는 위안부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일본 평화헌법체제의 해체 및 재무장에 대해서는 묵인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센주꾸열도 등 중일관계나 독도문제 등 한일관계에 대하여 접근하고 있다. 만일 한-일간 독도해전이 벌어진다면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까닭이다.

참고로, 독도는 미일 의회의 의결 하에 미 공군 해상사격장 취급을 받던 곳이고, 해방 이후에도 일본 해상보안청이 수차례나 점령하여 일본령 표식을 설치한 곳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진보-보수간 감정의 골에서 빠져 나와 조국의 현실을 명확히 볼 줄 알아야 한다. 소위 보수언론이 이러한 현실을 꿰지 못하고 있다.

한-중의 급속한 접근은 이러한 미국의 태도에 대한 불안감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이며, 자연 한-중의 대일공조외교는 한국의 균형외교의 성격을 띠게 되고 자구책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점에서 박근혜정부의 대중국 적극외교는 평가받아 마땅하다. 비록 한국과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중국에 의존해야 한다는 현실은 못마땅하고 새로운 불안의 빌미가 될 수는 있지만 헌신적 동맹으로도 안전보장은커녕 평화통일을 통한 미래의 비전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은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이러한 점은 한국과 중국이 보다 격상된 관계로 되어야 하는 경제적 이유를 넘어 정치적 안보적 배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양국관계의 격상의 근거를 ‘전통’에 기초지운 점은 우리가 눈 여겨 봐야 할 점이다. 물론 여기서 사용된 전통은 무난한 표현을 찾았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평가일 것이지만 한중관계의 일정한 격상은 미국의 의도적인 방조 하에 일본의 재무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무책임한 미국으로 하여금 경각심을 갖게 하고 주한미군을 미국 패권주의의 도구가 아니라 무엇보다 동북아안정의 기축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한-중관계의 격상은 한-중 간 역사와 전통에 대한 해석전쟁을 통하여 비판적 잠재력을 극대화할 때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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