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쟁 없이 살아야 할 지구촌

2014-07-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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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객원논설위원>

전쟁은 세상을 가장 피폐하게 만든다. 그런 전쟁이 인류 발생 이래 끊이지 않고 계속돼 오고 있다. 나라가 성립되기 전인 부족국가 시대에는 부족끼리 싸워 이기면 영토를 확장하거나 다른 부족을 자기 부족에 전입시켰다. 부족이 나라로 바뀌자 나라 사이엔 싸움이 일고 그것을 우리는 전쟁이라 부른다.

전쟁은 인류의 끝 날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 같다. 왜냐하면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은 인간 속에 들어있는 욕심과 방어본능 때문일 것이기에 그렇다. 욕심은 약육강식을 도래한다. 방어본능은 내가 먹히지 않으려면 상대를 먹어치워야 한다. 전쟁은 이와 같은 인간본능이 집단본능으로의 진화에 맞춰 일어난다.


인류는 그동안 두 번의 큰 전쟁을 치렀다. 세계 1차 대전과 제2차 대전이다. 두 번의 세계 대전을 치루면서 인류는 얼마나 많은 대가를 지불했는가. 암흑시대라 불리던 중세기엔 성전(聖戰)이라 불린 십자군 전쟁을 통해 수없이 많은 젊은이와 죄 없는 민간인들이 죽음을 당했다. 그뿐인가. 6.25전쟁, 월남 전쟁 등등.

2003년 3월 시작된 미국 및 연합군과의 이라크 전쟁은 2011년 12월 종전됐다. 이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미국의 살림을 궁핍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했다. 지금 이라크에선 종파분쟁의 전쟁으로 치열한 전투가 또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전쟁은 크게 작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어 무고한 생명들의 죽음을 부르고 있다.

이스라엘 10대 청소년 납치살해가 원인이 되어 일어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간의 전쟁은 또 어떤가. 현재 10일 동안 이어지고 있는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안에서는 수백 명의 사망자와 수천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어린이와 민간인이 대부분이라 한다. 그들 또한 무슨 죄가 있나.

무고한 인명살상이 이어지자 유엔과 이집트가 나서 휴전안을 제안했다. 이스라엘이 동의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휴전안 수용은 항복을 의미”한다며 계속 항전하고 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다시 공습을 시작했고 하마스도 이에 맞서 로켓 포탄 수백 발을 이스라엘에 쏘았다. 인명피해는 더해 가는데 언제 끝날 건가.

전쟁을 위한, 또는 자국을 보호하고 전쟁 발발시 대응을 위해 사용되는 각 나라의 예산이 있다. 그걸 국방비 혹은 군비 지출이라 하는데 미국을 보자. 약 7.000억 달러로 세계1위다. 미국은 140만여명의 군인이 있고 세계 144국에 46만명의 군사를 파견하고 있는 나라다. 중국이 2위지만 약 1,300억 달러에 불과하다.

나라순으로 군비지출을 보면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일본, 독일등이다. 군인수를 보면 중국이 220만여명으로 가장 많다. 그 뒤로 인도, 미국, 북한, 러시아 등이 따른다. 북한은 110만여명이고 한국은 65만여명이다. 만약에 이렇게 들어가는 지출이 국방비용이 아닌 복지비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뉴욕의 베어마운틴 등산로엔 길 이름이 ‘1776’ ‘1777’이라 표한 곳이 나온다. 미국이 영국군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벌이던 해에 닦여진 길 이름들이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200여년 전 미국의 조상들이 독립을 위해 피 흘리고 싸우던 발자취를 느끼며 그들의 영령들이 나타날 것만 같은 영감을 받곤 한다.

전쟁이라고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의 남북전쟁(1861-1865)이 좋은 예다. 남북전쟁을 통해 승리를 거둔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은 흑인이든 백인이든 평등한 권리로 살아가는 나라로 미국을 재건했다. 그 때 사망한 62만 명의 병사와 수 없이 많은 민간인들이 흘린 피의 값이 오늘의 미국을 낳게 한 거다.

수많은 전쟁을 통해 인류는 얼마나 큰 고통을 당했나. 되새겨야 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 휴전되어 단 한 사람의 무고한 생명이라도 더 건져야 한다. 국방비가 모두 복지비로 전환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유와 독립, 평등을 위한 전쟁은 명분이 있다. 그래도 전쟁 없이 살아야 할 지구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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