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동 분쟁과 미국의 역할

2014-07-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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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하버드 정치학과의 사무엘 헌팅턴 교수는 그의 명저 ‘문명의 충돌’을 통해 지역을 단위로 문명 간의 충돌이나 종교적 갈등을 지구촌 분쟁의 원인으로 분석해 학계의 신선한 충격을 준바 있다. 일례로 중동지방의 오랜 분쟁은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종교적 갈등이 주원인으로 그의 이론이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이다.

미국은 이미 부시 정부 때 걸프전에서는 승리했으나 경제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바 있다. 다시금 제2의 부시정부에 이르러 대 테러전이라는 명목으로 치룬 아프카니스탄전과 이라크전을 통해 경제는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2차 대전이래 가장 많은 전쟁비용을 사용했음에도 전쟁의 성과는 가장 미비하다. 비록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조직들은 분산되었으나 더욱 결속력을 갖춘 광범위한 테러집단이 되어 이슬람 성전국가건설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선거최대 공약으로 이 두 전쟁을 신속히 종결시키고 경제회복을 주창한 바 있다. 그러나 오바마 2기에 들어서도 전쟁의 종결은 흐지부지되고 경제회복의 속도도 기대치 이하이다.

미국은 아프카니스탄전과 이라크전을 통해 테러근절은 고사하고 중동지방에서 반미정서를 더욱 부추기게 되었고 테러조직들은 전쟁에 참가한 국가들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테러를 일삼게 되었다. 일례로 영국에서의 연이은 테러나 스페인에서의 대규모 테러뿐 아니라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의 소규모 테러도 중동지방에 뿌리를 둔 테러조직들과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동 분쟁의 해결책을 쥐고 있는 미국의 역할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중동지방에서 미국의 영향력 강화와 원유 확보가 기존의 정치적 이유였다면 이제는 하루빨리 전쟁을 종결시키고 중동지방의 진정한 민주화와 평화건설에 앞장서야 한다. 중동지방의 반미정서 뿌리는 그들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이며 절대적인 지원과 외교정책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열린외교로 중동지방의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선을 지향해야 한다.

미국은 먼저 중동지방에서 정치적 갈등의 원인이 되는 종교적 성향과 문화를 깊이 이해해야 성공적인 중동정책을 펼칠 수 있다. 현재 중동 분쟁은 알카에다 계열의 수니파 무장반군이 결성한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와 이라크 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시아파와의 혈전으로 응축될 수 있다. 이란이 이라크 정부 편에서 수니파인 무장반군을 응징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종교적으로 시아파이기 때문이다. 반면 사우디가 반군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수니파와 종교적으로 결속됐기 때문이다. 이란, 이라크전이 수니파와 시아파와의 종교적 분쟁이 원인이었듯 결국 중동지방 전체는 수니파와 시아파와의 종교적 갈등이 늘 분쟁의 씨앗이 된 것이다.

현재 16억 전 세계 무슬림 인구의 90%는 수니파이고 10%만이 시아파이다. 무장 테러조직이 수니파에 해당함으로 그 조직력이나 규모는 중동지방전체에서 거의 절대적이다. 그럼에도 소수파인 시아파가 이라크정부를 집권하자 이라크내전이 정점에 달한 것이다.

중동 분쟁에서 미국의 역할은 각 지역, 국가 간의 종파를 초월한 진정한 민주주의와 평화건설에 앞장서야 한다. 최근 오바마 정부가 다시금 이란과 손잡고 이라크정부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며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중동정책 실패의 지름길이다. 미국이 이라크내전에 개입하는 것은 자칫 중동지방 전체의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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