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지!’

2014-07-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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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논설위원)

우리 집에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지난해 2월부터 6주된 강아지 한 마리를 얻어와 기르고 있다. 대학생인 둘째 딸의 성화로 나의 반대가 묵살(?)된 것이다. 나이는 19개월, 종은 멀티즈, 푸들과 포메리니안 등이 섞인 혼혈로 암놈이다. 옅은 갈색의 털을 갖고 있으며 이름은 ‘아지’다. 강아지의 강을 떼어 내고 그냥 ‘아지’라 부른다.

‘아지’를 데리고 오기 전에는 딸아이에게 “밥도 네가 줘야 한다” “목욕도 네가 시켜줘야 한다” “배설물도 네가 치워줘야 한다” “아침저녁 산책도 네가 데리고 다녀야 한다” 등등의 약속을 수 없이 받았다. 하지만 그 모든 약속은 얼마가지 않아 빗나가기 시작했다. 대학공부가 힘들다는 핑계로 모든 일들이 아내와 나의 몫이 된 것이다.


처음 ‘아지’를 데려올 때는 가족들이 좋아하니 제 때 밥 주고, 잠자리 챙겨주고, 아프면 병원 데려다주면 되겠지 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미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낑낑거리는 소리는 귀에 거슬렸고 배변을 엉뚱한 곳에 하면 귀찮게 여겨졌다. 예방접종과 미용(?) 비용은 부담스러웠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데도 말썽을 부리면 힘들고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루 종일 집을 비우거나 여행을 가려면 맡겨야 할 곳부터 찾아야 하는 불편도 따랐다. “왜, 강아지는 키워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냐”는 투덜거림으로 후회하기도 했다.

그렇게 일 년 이상을 키우다 보니 ‘아지’가 점점 철이 들었다. 구박을 해도 언제나 친하게 다가와 애교를 부리고, 퇴근해 집에 오면 반갑게 맞이하고, 복종훈련(앉아, 손, 위, 탕 등등)도 잘 따라할 때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고 아무리 늦게 집에 들어와도 유일하게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며 반겨줄 때는 ‘아지’가 식구들 보다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식구들보다 더 사랑스러울 수야 없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지’가 동물보다는 우리 가족으로 미운 정 고운 정이 쌓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지’가 우리 가족이 된 지도 어연 1년6개월이 지났다. 아내와 두 딸아이는 여전히 강아지를 만지고, 껴안고, 입을 맞추고, 통하지도 않는 말을 섞으며 좋아서 난리(?) 블루스를 추고 있다. 가끔 집에 들르시는 어머니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시면서 ‘아지’부터 찾는다. 그렇게 반대하던 나 역시 이제는 점점 ‘아지’ 사랑에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강아지를 기르면 좋은 점은?
친구 같고, 귀여운 모습에 행복해지며 우울증이나 정서불안이 치유된다.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고, 타인에게 받은 상처를 잊을 수 있으며 외로움을 해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아지 기르는데 문제점은?
비용이 만만치 않고 여행 다니기가 쉽지 않다. 상상을 초월하는 강아지 사랑으로 눈살을 찌푸릴 때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짖거나, 배설물 처리를 깔끔히 하지 못하면 이웃의 눈총이나 비난을 받기 일쑤다.

이처럼 강아지를 기르면 좋은 점이 많지만 다 좋은 것은 아니기에 신중히 고려하지 않으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아이들의 장난감인 양 좋다면 기르고, 싫증났다면 줄 곳을 찾는 경우와 병원비가 많이 든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그럴 바에는 아예 처음부터 강아지를 기르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요즘은 애완견을 반려견이라 부른다. 반려자의 의미가 짝이 되는 사람이니 ‘짝이 되는 강아지’라는 뜻일 게다. 따라서 강아지와 인연을 맺었으면 끝까지 책임진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주변에서 점점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아들이는 가정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강아지를 기르기 전에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함께 생활하는 강아지는 가족이나 다름없기에 기르기 전에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과 새 가족으로 맞아들었으면 끝까지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강아지는 기르다보면 삶을 함께 해온 반려자에 버금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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