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월드컵축구와 스포츠맨십

2014-07-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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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부터 시작된 월드컵축구가 84년이 지난 후 제20회대회가 지난 6월12일부터 브라질에서 개최, 13일로 막을 내렸다. 월드컵 축구는 본래 올림픽 경기보다 더 많은 관객, 시청자의 관심을 모으는 과히 온 지구인의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6월부터 각 대륙에서 선발전을 거쳐 31개국 대표팀과 개최국인 브라질 팀을 합치면 32개국 팀이 축구하는 스포츠를 통해서 그 기량을 겨룰 뿐 아니라 지구촌 온갖 인종이 다 모여 인종을 뛰어넘어 지구평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스포츠행사라고 해도 틀림이 없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경기의 모토가 그 지향점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우리 모두 화합하며 살자(All in one rhythm)’고는 것이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다.

우리는 경쟁사회에 살고 또 노출되어 있다. 어느 이념, 사상, 체제하에서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상 60억 인구는 상호 경쟁의 출발선에 서 있다. 그것을 우리는 부정할 수가 없다. 어떻게 승자가 되고, 어떻게 패자로서 그 결과를 받아들일 것인가가 늘 문제다.


이기거나 지거나 스타일을 갖추고(win or lose with style) 대범하고, 결과를 수용하고 다음을 기다리는 자세, 그것이 스포츠경기가 던져주는 교훈이라는 것을 일찍이 각종 구기시합에 참여했던 경험이 내게 던져주는 삶의 교훈이다.

상술한 그런 자세는 스포츠가 던져주는 메시지이자 정신(sportsmanship)이라고 생각해 본다. 승패에 상관없이 정정당당해야 하고(fairness), 지켜야 할 룰은 지켜야 하고(ethics), 상대방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respect), 동류의식(fellowship)을 갖고 경쟁,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스포츠맨십 아니겠는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세도 이 정신을 원용해 볼만하다.

이번 대회에 붉은악마로 불리는 홍명보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팀은 아쉽게도 탈락했다. 그리고 짐 싸고 귀국하자 여기 지면에 옮길 수도 없는 욕바가지 튀어나옴을 인터넷을 통해서 읽었다. 어찌 항상 이길 수만 있는가. 때로는 이기기도, 탈락하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모든 인생사일 텐데, 누군가의 말처럼 월드컵 경기장에 서서 그만큼 한 것도 괜찮지 않은가?

지난 주 준결승전에서 전차군단으로 불리는 독일 팀이 주최국인 브라질을 7대1로 대패시켰다. 리더십을 잃어버린 브라질 팀의 사필귀정이라지만 내게는 브라질과 콜롬비아간의 4강 진출 경기 후의 두 팀 간의 승자와 패자간의 자세였다.

2014년 월드컵경기에서 6골이라는 최다득점을 한 콜롬비아의 제임스 로드리게스가 경기에서 진 후 평 펑 울고 있자 브라질 팀은 그를 안아주기도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하였다. 그것을 지켜보던 나의 코끝이 찡해지던 장면이다. 승자와 패자 간에 벌어지는 드라마틱한 인간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선명하게 각인될 것이다.

방준재(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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