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도 앞바다에 보내는 2세들의 애가

2014-07-11 (금)
크게 작게

▶ 세월호 기금마련 연주회

강미라<첼리스트/뉴브런스윅>

연주회가 끝난 지 일주일이 넘었다. 가르치던 제자들과 그 애들 친구를 묶어 결성한 클래식 앙상블이다. 이름은 베리타스, 진리라는 뜻이다. ‘Veritas string Chamber Ensemble’. 2014년 6월 22일에 첫 연주회를 가졌다.

아이들 중에는 이곳저곳 내노라 하는데서 솔로로 무대의 중심에 서 왔던 아이들이다. 또 웬만큼 악기를 배웠다는 학생들이라면 기를 쓰고 들어가고 싶어 하는 올스테이트 오케스트라의 수석주자들도 있다. 모두 다 십대 아이들이지만 만만찮은 재능의 연주자들이다. 이 애들이 베리타스라는 이름 아래 단원이라는 공통의 옷을 입고 만든 연주회, 우리들의 첫 연주회였다. 그런데 이 연주회를 구상하고 있을 때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며 나는, 슬퍼하고, 분노하고 부정하고, 목 놓아 울었다. 아! 우리 모두 다 그러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고등학생, 아직 보송보송하고 때 묻지 않고 미래가 가득 차 있었을 아이들, 우리 베리타스의 아이들의 나이이다.

단원의 대부분은 한국인 2세들, 나는 이 아이들과 함께 이들의 어머니가 두고 온 나라에서 일어난, 그들과 또래를 이루는 아이들이 셀 수 없이 죽어간 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우리들의 첫 연주회를 통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바다건너 이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우리가 있음을, 지지하고 있음을, 함께 울고 있음을.

연주회장에 놓인 노란 리본을 단 흰색의 모금함에 1800달러가 조금 넘는 돈이 모였다. 모두 모아 한국으로 보내어졌다. 기부창구는 한국에서 이미 기부재단으로서 큰 신뢰를 얻고 있는 아름다운 재단이다. 아름다운 재단의 ‘기억 0416’ 은 세월호 참사를 향하여 세 가지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한다고 밝힌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 곁에 있겠다는 약속, 그리고 오래 지켜주겠다는 약속. 이 약속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천천히 되뇌게 한다. 그리고 나면 갑자기 가슴속에 눌러 두었던 것들이 터져 나온다.

화면을 가득채운 흰 국화와 함께 시작된 바이얼린의 창백한 선율. 그것을 받아 카운터 멜로디로 함께 묵직함을 병행해 나가는, 운명을 이해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듯 한 비올라의 애절함. 그리고 끝없는 반복, 마치 이 안간힘을 더하고 더하고 또 더하듯 그러나 결코 해결을 얻을 수 없이 고조만 되어 간 후의 절대적 정적. 이 정적은 답을 허락지 않는 운명의 선고이다. 하지만 이 모든 절규의 몸짓에도 불구하고 해결하려 하지 않고 다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는, 세상의 모든 고통을 담은 고요, 그러한 종결.

바버의 아다지오는 베리타스가 지구 반대편 진도 앞바다에 드린 우리들의 헌정이었다. 가진 재능과 시간과 노력을 통해 작은 기여를 하는 것, 이것은 얼마나 우리를 가슴 뛰게 하는 일인가? 나라가 어려울 때면 비녀 가락지 빼어 바쳤던 우리 어머니들의 정성, 우리는 우리의 재능으로 물질 아닌 마음을 전한다. 베리타스는 그 여정을 이러한 가슴 뜀으로 시작하였다. 한국일보의 후원으로 진행된 세월호 기금 마련 연주회였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