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폭력은 ‘집안일’이 아니다

2014-07-1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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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을 피해 간 가정폭력이 한인여성의 죽음을 부른 것이 바로 2주 전이다. 지난달 말 시카고 인근에서 70대 한인 남편이 아내를 총격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사건 전날 아내를 때려 경찰에 연행되었다가 풀려났다. 그가 가정폭력 혐의로 구금되지 않은 것은 아내가 남편의 처벌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법대로 처벌을 받았더라면 끔찍한 참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인사회의 가정폭력은 여전히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주 발표된 LA 한인가정상담소 발표에 의하면 가정불화와 가정폭력 상담건수는 전년도 보다 10% 포인트나 늘어나 전체의 57%로 집계되었다. 상담소는 장기화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이 부부간의 갈등을 부르며 가정폭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어느 가정에나 불화는 있다. 남편이 실직하면서 부부갈등이 심해질 수도 있고 사춘기 반항이 부자간 충돌로 이어지기도 한다. 바람직하진 않아도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폭력은 다르다. 말다툼이 신체적 위해로 바뀌는 순간, 그곳은 공권력의 개입이 필요한 범죄의 현장이 되고 만다.


가정폭력은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갈수록 폭력의 수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벼운 손찌검이 주먹다짐과 발길질이 되고 급기야는 골프채나 칼을 휘두르는 흉악 범죄로 발전한다. 한인가정에서 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배우자의 총에 살해당한 사례는 시카고의 아내 이전에도 상당수 있었다.

그래도 자녀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또 수치심에서 ‘집안일’로 덮으려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한인사회엔 아직 너무나 많다. 맞는 순간 두려움에 신고를 했다가도 곧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물러서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내 가족이니까 참아야 한다”는 피해자의 생각이 흔히 “내 가족이니까 때려도 된다”는 가해자의 상습폭행을 부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정폭력은 ‘집안일’이 아니다. 남의 일도 아니다. 누구든 목격한 사람은 반드시 참견해야 할 일이다. 더 이상 계속되지 않도록 피해 당사자는 물론 주변사람들도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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