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선그리스도교연맹 강명철 위원장 첫 공개

2014-07-10 (목)
크게 작게

▶ ‘NK비전 2020’ 대표 미주 한인목사 면담서

▶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 남북 교류에 의지

조선그리스도교연맹 강명철 위원장 첫 공개

강명철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위원장(왼쪽)과 NK비전 2020 대표 최재영 목사가 환담을 나누고 있다.

북한 기독교를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최고 책임자가 미주 한인교계 목사와 면담을 갖고 처음으로 모습을 공개했다. 남가주에 본부를 둔 북한 사역단체 NK비전 2020 대표인 최재영 목사는 지난 4월23일 평양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사무실에서 강명철 위원장과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강 위원장은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주최로 열린 ‘한반도의 정의, 평화와 화해에 관한 국제 컨설테이션’ 회의에 북한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북한 대표단이 이 국제회의에 참석해 남북한 기독교 인사들이 교류하는 기회가 마련됐다. 당초 북한 측은 회의 참석에 소극적이었으나 최재영 목사의 적극적인 권유로 대표단을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 국제회의에는 강명철 위원장과 리정로 부위원장이 직접 북한 대표단으로 참석했으며 한국 대표단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총무인 김영주 목사와 NCCK 화해·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조헌정 목사 등과 만나 교류방안을 논의했다.


최 목사는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을 방문해 서기장, 부위원장, 국제부장 등 지도부와 지속적으로 만나며 상호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명철 위원장은 최 목사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 기독교에 대한 계획과 비전을 밝혔으며 북한 교회의 조직과 교인 관리 등에 대해 설명했다고 최 목사는 전했다. 또 김일성 주석의 친척이며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을 창설한 조부 강양욱 목사와 부친 강영섭 목사에 대한 가정적, 신앙적 배경도 나눴다고 밝혔다.

최 목사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강 위원장은 한국 교회와 미주 한인교회 성도들에게 위원장 취임 인사와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강명철 위원장은 2013년 7월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외부 세계에 자신의 공식 사진조차도 공개하지 않았다. WCC 부산 총회에 북한 교회 대표의 참석을 요청하고 평화 열차의 북한 지역 통과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지난해 방북한 WCC 사무총장 일행 3명과 비공개 회담을 가진 게 전부다. 최 목사와는 첫 공개 환담형식으로 회담을 갖고 공개 사진까지 촬영했다.

최 목사는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위원을 지내고 LA 영광의빛 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한 바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해외총회 남가주 노회 서기이며 미주 통일선교아카데미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 강명철 위원장은

-조부·아버지 이어 3대째 북한 기독교 수장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위원장으로 선출된 강명철 목사는 1960년생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교인 남산 고등중학교와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그리스도교연맹 평양시 위원장을 지냈고 중국과 무역사업에도 관여한 바 있다.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됐으며 북한의 공식적인 최고의결기구인 15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에 선출됐다. 현재 북한의 대외적인 국가수반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맡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강 위원장의 정치적 입지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조부 강양욱 목사는 김일성 주석의 창덕 소학교 담임선생이면서 외할아버지 강돈욱 장로의 6촌 동생이다.

강양욱 목사는 부주석을 두 번이나 역임했고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을 설립해 1946년부터 1983년까지 위원장을 지냈다. 김일성 주석은 강양욱 목사를 생전에 스승으로 깍듯이 모신 것으로 전해진다.

강 위원장의 아버지 강영섭 목사는 북한의 사법기관인 재판소 부소장을 지내던 중에 봉수교회가 설립되면서 담임목사를 맡았고 조선그리스도교연맹 3대 위원장(1989~2012년)을 지냈다. 또 2012년 1월에 사망할 때까지 23년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겸 상임위원을 지내는 등 온 가족이 대를 이어 북한 사회와 기독교의 지도층을 이루고 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