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판다외교와 한미동맹

2014-07-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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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 판다를 선물하여 중국의 ‘판다 외교’가 화제가 됐다. 중국의 국보격인 판다 한 쌍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한국과 끈끈한 관계를 맺겠다는 제스처일 것이다.

마침 시진핑 방한에 맞춰 나온 한국의 김태용 감독과 중국의 여배우 탕웨이의 한중 국제 결혼소식과 더불어 중국은 겹경사 분위기다. 시진핑 방한을 두고 한국 네티즌들은 “탕웨이를 찾으러 왔나?”라고 하면서 폭소를 하고, 중국 네티즌들은 “박근혜가 중국에 올 때는 김수현을 선물로 달라”고 응수하기도 했다고 한다.


탕웨이는 캐스팅된 한국영화 ‘만추’ 촬영장에서 김태용 감독과 호흡을 맞추었는데, 탕웨이가 한국을 다시 찾았을 때 이들은 친구에서 연인관계로 발전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소식으로 한국과 중국의 네티즌들이 웃고 떠드는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사실 한중관계의 미묘한 변화는 급변하는 동북아시아 정치지형에서 웃고만 있을 수 있는 상황일까.

이명박 정부 때는 과도하게 비칠 만큼 친미 일변도로 한미동맹이 한 단계 강화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은 한국이 중국의 막후 지원을 통해 한반도가 통일이 돼 친중 국가로 변모하는 것은 아닌 가 우려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아시아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은행 (AIIB)’ 설립을 제안하며 한국을 정회원으로 가입시키려 하고 있다. 회원가입은 탈 미국, 친 중국의 상징성이 있는 이유로 미국은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동북아시아의 중심으로 세계금융질서를 재확립하려는 야심을 갖고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 등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지역 경제 질서의 그랜드 비전을 미끼로 한국을 꼬드기고 있다.

중국은 경제가 확대되면서 2022년에는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 수입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도 이미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최대 수입국이 되어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과 상호교류가 매우 활발하다. 최근 통계를 보면 중국에 설립된 한국 기업의 현지 법인은 2만개를 넘어섰고,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433만 명이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중국인들은 한국이 돈은 중국에서 벌고, 안보는 미국 편이라며 한중관계가 지속되려면 전통적인 한미동맹의 범위가 수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중국이 한미관계를 이간하는 것은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고전적인 전쟁의 룰을 만들어낸 매우 중국다운 전략이다. 이이제이는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다스린다는 사자성어로, 한 나라를 이용해 다른 나라를 제압한다는 전쟁전략이다. 고대 중국의 나라들이 변방 국가들을 다스릴 때 사용한 계략이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을 이간질하여 양국 간의 관계를 약화시키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딜레마는 어떻게 한미동맹 관계를 지속시키면서 한중관계의 경제적 상호교류를 확대할 수 있을까 이다.

그러나 셰일가스 혁명 덕에 미국경제는 호락호락하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최근 5년간 셰일가스 개발에 힘쓴 결과 러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주요 산유국이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이 없었다면 유가는 더 올랐을 것이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셰일에너지 혁명이 일어나면서 미국은 2015년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최대 생산국으로 2017년이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원유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의 경제독주를 일단락 시킬 수 있는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은 혈맹으로서 뿐만 아니라 경제적 실익차원에서도 변함없이 돈독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관계다. 한미동맹이 굳건하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토적 야망은 제어될 수밖에 없다. 한미 간의 동맹관계가 판다외교에 밀려 자리를 뺏기지 않도록 미주의 한인들도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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