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왕따와 관심 대상

2014-07-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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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세상엔 관심을 가져야 될 사람이 많다. 그런데 어떤 관심을 가지냐에 따라 관심 받는 사람의 행동이 달라 질 수 있다. 관심에는 사람을 이해, 염려, 걱정, 근심, 배려, 관계하다란 뜻이 담겨 있다. 관심 중에는 무관심도 있다. 무관심이란 관심을 갖는 것의 반대 현상을 말하며 무관심의 대상은 왕따와는 뜻이 다르다.

‘왕따’는 무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나쁜 관심의 대상으로 집단 따돌림 당하는 것을 뜻한다. 학생사이에서 발생되는 왕따를 예로 들면 특정 학생이 주변의 힘센 다수의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상해를 당하는 병리적 현상을 ‘왕따’라 할 수 있다. 왕따는 학교, 직장, 군대 등, 집단 조직 내에선 어느 곳에서도 발생될 수 있다.


지난 6월21일 오후8시10분 한국의 동부전선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했다. 임 모 병장(22)이 근무 후 부대로 철수 중이던 동료 사병에게 수류탄을 던졌다. 또 피신하는 동료를 향해 총을 난사했다. 그리고 임 병장은 동료가 쉬고 있는 생활관으로 들어가 총을 쏘아댔다. 이 과정에서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당했다.

총기사고를 내고 도주하다 자살을 시도한 임 병장은 체포돼 군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는 중이다. 조사과정에서 임 병장은 “부대원들이 자신을 없는 사람처럼 대우했다”고 진술해 수사당국은 부대 내 가혹행위나 집단 따돌림, 즉 왕따가 범행동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왕따의 결과, 이토록 무섭다.

제대 3개월을 앞두고 임 병장은 왜 이처럼 반인륜적인 행동을 했을까. 그것도 병영생활을 함께 하던 동료들을 무참하게 살해했을까. 임 병장은 왜소한 체격에 내성적이며 학창시절에도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 한다. 군에서도 A급 특별관심병사로 관리 대상이었고 B급으로 내려가 전방으로 전속된 후 총기사고가 발생했다.

한국군에는 세 단계의 관심병사가 있다. A, B, C급인데 A급은 특별관리대상, B급은 중점관리대상, C급은 기본관리대상이다. 임 병장 같은 B급 케이스도 실탄을 내어주는 최전방에는 근무 불가인데 원체 병력이 부족하다보니 B급도 최전방에 전속돼 근무해야 하는 처지가 한국군의 형편이라 한다. 개선의 여지가 많다.

외톨이 혹은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이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외부 사람들, 집단과 조직에 잘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7년 4월16일 버지니아공대에서 32명의 무고한 인명을 사살한 조승희(23), 외톨이었고 내성적이었다.

2012년 12월14일 커네티컷 초등학교 총기사건을 일으킨 애덤 랜자(20).
그도 내성적이었고 외톨이었다. 크리스마스 11일 전, 평화스런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 오전 9시35분. 권총 2정과 반자동소총 1정을 들고 초등학교에 나타난 랜자는 어린애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학생 20명과 교장, 교사 등 6명이 사망했다. 자살한 랜자는 평소 외톨이처럼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한다.

우리 주위에는 외톨이가 없는가. 특히 직장 같은, 수십 명이 어울려 일해야 하는 그런 조직 내에 좋은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은 없는가. 아님, 말 한 마디에 내성적인 사람 하나를 왕따로 내몰아치는 그런 경우는 또 없는가. 평소에 서로 잘해야지. “없는 사람처럼 대우하는 사람”은 또 없는지, 주위를 돌아볼 일이다.

사람이 악마가 되는 건 자신이 자신의 늪에 빠져 되는 경우도 있지만 주위가 그 사람을 악마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사실 사람이란 태어날 때부터 악마란 딱지를 달고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그렇다. 따뜻한 말 한 마디와 얼굴의 작은 미소 하나가 사람을 살릴 수 있고 왕따를 비켜가게 할 수도 있다.

동부전선의 총기사고. “없는 사람처럼 대우했다”는 왕따와 군부대의 관심병사에 대한 잘못된 부대배치가 원인일 수 있다. 임 병장, 조승희. 애덤 랜자 등등. 그들이 외톨이 되지 않게 조그마한 배려라도 받았더라면 무고한 인명들이 그렇게 살해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왕따와 관심대상 우리 주위엔 없을까.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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