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의 브라질 월드컵 실패와 공동체 문제

2014-07-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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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경(전 언론인)

한국이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종합성적 1무 2패. H조 최하위의 성적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강에 올랐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에는 16강에 올라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수아레스의 우루과이와 대등한 경기를 펼쳐 깊은 인상을 남긴 대한민국 이었기에 실로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대한민국 국민은 이영표 KBS 해설위원의 명쾌하고 실감나며 통찰력 있는 해설로 이번 월드컵기간 중 한국의 부진을 달래며 지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일본을 비롯, 전체 무승을 기록한 아시아축구의 동반몰락을 바라보며 위안을 삼았을 지도 모른다.


한국 팀의 부진의 원인과 책임을 놓고 홍명보 감독의 알제리에 대한 전술적 대비의 부족, 골키퍼 문제, 박주영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한 이근호, 김신욱의 뒤늦은 기용의 아쉬움, 급기야 축구협회 책임론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나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축구의 몰락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을 한국공동체 붕괴현상에서 찾고 싶다. 사람은 두 가지 유형의 집단 속에 소속되어 살아간다. 하나는 결사체형 집단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체형 집단이다. 결사체형 집단이 구성원의 합의와 동의에 입각하여 목적 합리적으로 구성되고 유지되는 것이라면 공동체형 집단은 전통의 힘에 의하여 형성되고 유지되는 집단이다.

한국축구의 몰락은 대한민국 축구인들의 노력과 한국국민들의 사랑에 의하여 형성된 축구공동체의 전통이 그 힘을 상실함에 따라 발생된 인재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신화는 바로 그 문제의 사라진 전통의 잠재력을 가장 강고하게 분출한 정점이었고, 그 전통은 2010년 남아공까지 살아 있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그 힘을 잃어버리고 그로 인하여 대한민국 국민은 기억에 의존하여 과거의 영광만 되뇌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고 본다. 공동체의 전통은 사라지고 오로지 결사체의, 그것도 홍명보 감독 및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그들의 협력에만 의존하여 브라질 월드컵을 치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월드컵 기간 중에 한국공동체 붕괴현상은 몇 가지로 목격되었다. 우선 선수들 사이에 대화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의 협력은 약정된 정도에서만 이루어졌을 뿐 돌발 상황에서 급박한 대화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제해결 능력은 공동의 존재감과 경험, 일체감, 나아가 협력적 대화능력이 종합될 때 배양되고 고조되게 마련이다. 이 가운데 대화부재는 치명적인 결점이 아닐 수 없었다. 이를 어찌 리더의 부재 문제로만 돌릴 수 있을 것인가. 둘째, 리더의 부재가 목격되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리더의 부재로 보면 부족하다. 그것은 한국축구공동체의 공동의 경험의 실종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요컨대, 한국축구의 몰락은 바로 한국축구공동체의 붕괴로 인한 것이며, 그 책임은 국가대표로서의 신성한 의무를 간과하고 축구공동체를 보살피는데 게을리 한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의 문제는 축구공동체를 넘어 대한민국 공동체의 붕괴와도 맥이 닿아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브라질월드컵 참사와 세월호 참사가 어쩌면 매우 닮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축구의 재기는 바로 이러한 한국축구공동체의 파열된 전통을 어떻게 복원하고 재구성할 것인가, 나아가 한국공동체의 훌륭한 전통을 한국선수들 사이에서 되살려 다시금 일사불란한 조직력으로 되살려 내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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