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동해병기’ 실패보다 무서운 건 한인사회 분열

2014-07-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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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사회부 기자)

뉴욕주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를 병기하자는 법안이 상정됐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뉴욕주 동해병기 법안은 버지니아 주의회에서 동일한 법안이 통과되며 탄력을 받고 뉴욕주 상·하원 정치인들이 의욕을 갖고 추진했으나, 같은 내용의 각기 다른 법안이 하루차이로 각각 상정되는 등 처음부터 잡음을 내며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서로의 목소리를 하나로 합쳐야할 한인사회도 ‘범동포’라는 이름아래 동해병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일부 단체들이 추진위에서 배제됐다고 항의에 나서며 우리 스스로가 분열했다. 더 큰 문제는 한인사회와 법안을 추진했던 정치인들이 서로를 탓하고 대립하면서 논란은 오히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동해병기’ 법안 추진에 앞장서온 뉴욕한인학부모협회는 지난 24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동해병기 법안 추진에 나선 론 김 뉴욕주하원의원이 ‘이번 법안은 토니 아벨라 뉴욕주상원의원을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법안으로 절대 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한인의 힘으로 탄생한 김 의원이 오히려 법안 통과를 교묘히 방해했다”며 강력 비판했다.

학부모협회는 회기가 종료된 지난달 20일 일주일 전부터 올바니 뉴욕주청사에 상주하면서 매일 80명의 뉴욕주하원 의원 사무실을 찾아 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찬성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뉴욕주 교과서 동해병기 법안 범동포 추진위원회와 법안을 상정한 일부 정치인들은 오히려 학부모협회의 이러한 로비 활동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범동포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부모협회가 추진위와 단합하지 못하고 독단적으로 로비활동을 하면서 의원들 사이에 동해병기 법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이번에 안 되더라도 내년, 내후년을 바라봐야하는데 이마저도 힘들게 됐다”고 밝혔다.

동해병기 법안은 내년 1월 열리는 새 회기에서 다시 처음부터 추진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 일로 우리 한인사회에 더 중요한 것을 잃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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