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저지자문위원 글마당/ 도대체 우리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2014-06-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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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 <비영리기관대표/오클랜드>

광야캠프를 벌써 12년째 맞이한다. 매년 한결같이 캠프를 다녀온 후 부모님들로 부터 듣는 감사와 감동의 인사가 있다. 그런데 그냥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 내 가슴의 깊은 곳에 불을 지피어 내는 열정을 끌어내는 감동의 이야기들이다.

캠프를 끝내고 나면 한 사람 한 사람 부모님들로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우리 아이가 어땠냐 “라는 질문과 함께 집에 돌아온 아이가 말과 행동이 전과 같지 않다며 전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내가 가지고 있던 아쉬움과 그리움을 보람과 기쁨으로 대신하게 만든다.


한 어머니는 아이가 특수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사춘기로 오는 감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부모도 살얼음판과 같은 긴장으로 아이를 지켜보며 딱히 무엇을 해줄 수 없었단다. 서로가 그저 눈치만 보며 언제 터질까 싶은 마음으로 조마조마 하다 캠프를 보냈는데 ,다녀온 아이가 얼굴 표정과 태도가 달라진 것뿐만 아니라 끝까지 찼다 싶은 긴장감이 어디로인지 사라져 버리고 웃음과 여유를 보이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 그리고 삶에 대한 목표감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해주어 너무 감사하다며 눈물로 그 기쁨을 전해오셨다.

한 어머니는 캠프에 갔다 온 자신의 13살 아이가 이틀 동안 자신의 방에서 무언가를 고민하며 생각하는 듯 말이 없어졌단다. 아이가 왜 저럴까? 라는 염려가 됐었는데 그 아이가 이틀 후 하는 말이 “ 캠프에서 봉사하며 만난 어려운 사람들 특히 교도소에서 자신의 마음과 눈을 뜨게 한 재소자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부모님께 나누며 울음을 터뜨려서 엄마 아빠 세 사람이 같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는 온 식구가 곧 플로리다 여행을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여행을 포기할 테니 그 비행기 값을 자신에게 달라고 했단다. 내년에 꼬옥 이 캠프를 다시 가야겠으니…” 그 어머니는 “도대체 우리 아들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라며 물어오셨다.

이 캠프가 럭서리하게 편리한 환경을 제공해주기는 커녕, 등이 배기는 불편한 잠자리에다 낮에는 생전 해보지 않은 노동에다 자유시간이라고는 거의 없는 캠프, 거기다 엄하기 짝이 없는 규율에다 공동체 생활에서 규범을 따르지 않으면 국물로 없는 철저한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하는 그야말로 요즘 현대 아이들에게는 만만치 않는 캠프다. 더군다나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일주일간 접하지도 못하는 그런 캠프 아닌가? 그런데도 아이들은 오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렇게 캠프에 다시 오고 싶어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비밀 한 가지는 캠프의 지독히 엄격한 규율지킴과 책임감과 수고와 땀 흘림, 그리고 불편함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기쁨으로 하게 하는 비밀인, 바로 ‘사랑’ 그 ‘사랑’을 캠프의 리더들을 통해 충분히 느끼고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진실하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있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본능이 있다.

생전 해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일들을 1주일 동안 해내면서 그 일들을 기쁨으로 행복한 마음으로 해낼 수 있었던 것 바로 리더들의 ‘사랑’을 먹으며 할 수 있었고 그 사랑으로 서로 나눌 수 있었던 시간들, 그리고 그것으로 만들어진 자신의 아름다운 가치, 존재감, 자긍심들을 이들 자신이 느끼는 행복감이 있었기에 기꺼이 그 모든 일을 감당해 내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그 다음 해의 캠프를 목마르게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교도소, 헤비테트, 홈레스 쉘터, 양로원, 월드비전의 봉사를 통해 행복한 땀을 흘리며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캠프를 다녀온 후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왜 얼굴이 달라지고 왜 그렇게 또 가고 싶은지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내가 고백하고 싶은 것은 실은 나도 이 캠프를 통해 그 비밀이 무엇인지를 나중에야 체험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나를 가르쳤고 캠프가 나를 가르쳐준 셈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받은 예기치 않은 선물이었다. 13년을 지속하게 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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