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수겹장 취미생활

2014-06-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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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가면서

▶ 강신용

바둑 속에 삶의 모습이 보인다. 대학 시절 밤새도록 친구들과 하숙집에서 바둑을 두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여름방학 내내 바둑에 취해서 정석책만 보던 때가 있었다. 자장면 내기라도 할라치면 더욱 재미있는 바둑이었다.

일단 내려놓은 수는 물릴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흑백 돌 간에 끝없는 수 싸움은 상대방이 돌을 던질 때까지 이어진다. 본인은 몰라도 옆에서 보면 잘 보이는 것이 바둑이란다. 바둑도 인생도 상대적이다. 그래서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나 보다.

옛날 사랑채에는 늘 장기판이 있었다. 이른 저녁 남정네들이 사랑방에서 즐기던 서민들의 오락이었다. 장기는 바둑에 비해 훨씬 역동적인 간단한 전쟁놀이다. 초(楚)나라와 한(漢)나라가 홍백으로 전쟁놀이를 한다. 졸병도 있고 말도 있고 왕도 있다. 장기는 왕이 잡히면 지는 게임이다. 장기판의 윈윈(Win Win)은 두기 전에 생각하고 전체를 두루 살피고 싸워야 이기는 것도 인생에서 윈윈하는 것과 똑같다.


이번 6월은 볼거리가 많은 달이다. 빨간 클레이 코트의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가 끝나자마자 US OPEN 골프대회가 있고, 6월 내내 월드컵 축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테니스와 골프에는 4개의 메이저 대회 중에 두 경기가 6월에 열린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랫동안 했던 운동은 테니스이다. 지금 세계 최고 테니스 선수는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이다. 에펠탑이 보이는 빨간색 클레이 코트에서 나달의 경기를 보는 6월은 그래서 즐겁다.

어떤 분야이던 최고는 위대하다. 최고 중의 최고수가 된다는 것은 범인이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이 숨어 있다. 한국에서 발사진이 화제가 되었던 두 사람이 있다. 월드컵 축구 대표선수로 유럽 명문 구단의 선수였던 박지성과 발레리나 강수진이다. 발가락이 녹아서 작아질 만큼 발길질을 한 모습이 사진에 그대로 담겨 있다. 나달이 테니스 한 경기를 마치면 손바닥이 벗겨져 생살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사람의 손은 정교하고 신기하다.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손도장도 각각 제각기 만들었나 보다. 손에는 온몸의 신경이 모인 예민하고 소중한 신체이다. 손금에 새겨진 팔자소관에는 생명선, 두뇌선, 감정선 그리고 운명선 등이 있다고 한다.

그래도 손 중에 제일 귀한 손은 자수성가한 손이 최고인 것 같다. 열심히 일하는 손 그리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손에는 존경심이 우러난다. 감정을 누르고 운명을 개척하는 손길은 팔자도 고칠 만큼 신기한 것이 손이다.

여명의 아침에는 희망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산의 정기를 정말 사랑하나 보다. 한국의 산은 수많은 등산객으로 산이 가라앉을 것 같다고 한다. LA 그리피스 천문대가 있는 등산로도 한인 동포들로 가득 차 있다. 새벽을 열면 아름다운 마음과 건강한 발걸음으로 산길이 가득하다. 쉽고 간단한 취미생활이다. 부지런한 새는 먹을거리가 넘친다고 한다. 자연에 묻혀 자연스레 건강해지는 지혜가 있다.

작은 미소에도 가벼운 행복은 담을 수 있다. 아마추어 냄새가 풀풀 나는 운동이라도 좋다. 겨우 7급에 가는 길만 알아도 좋다. 마음에 와 닿는 나만의 취미생활은 장기판의 양수겹장과 같다. 마음도 가뿐하고 몸도 팔팔한 삶을 잡을 수 있다. 내일도 아침 공기를 마시러 운동장으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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