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한민국과 월드컵

2014-06-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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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현재 생존한 한국인 1세들은 세계인이 깜짝 놀랄만한 일을 해내었다. 바로 6.25전쟁을 겪고 그 참상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이다. ‘문명의 충돌’의 저자 하버드대학 사무엘 헌팅턴 교수는 자신이 1990년도 내놓은 논문에서 1960년대 아프리카의 가나와 한국의 사정이 매우 비슷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두 나라는 당시 인구도 거의 같고 국토도 유사하며 생산기술, 공산품, 심지어 해외 원조액까지도 매우 비슷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1960년대 초반의 1인당 GNP가 60달러 정도였는데 그렇게 비슷한 나라가 헌팅턴이 저서를 발표할 1990년대 15배로 차이가 벌어졌다고 하였다. 지금 가나는 1,320달러 남짓한데 반해 한국은 당시 2만 달러 수준으로 발전했는데 그것은 바로 ‘문화의 차이’라고 헌팅턴 교수는 설명했다.


한국인들은 모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잘 살아보자는 의욕이 넘치는 문화강국인데 비해 가나는 불행하게도 그런 문화가 없다면서 이것이 오늘날 가나와 대한민국의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1960년대만 해도 외국인들은 한국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외국인들이 알지도 못하는 나라였다. 그런 나라가 어느 순간 갑자기 경제부흥을 이루면서 아시아의 용이 되고 88올림픽을 당당히 치르자 ‘대체 코리아가 어떤 나라이냐’고 의아해 하는 세계인이 한 두 명이 아니었다.
이제 한국은 세계 속에 당당한 국가로 혜성같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국 문화에 젖어 한국을 그리워하며 한국을 배우러 찾아오는 외국인도 현재 100만 명이 넘는 나라가 되었다. 선진국들이 200-300년씩 걸려 이룬 산업, 문명사회를 불과 반세기만에 일구고 세계 정상을 달리고 있는 저력 있는 나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고 세계 7위, 800만대의 자동차 전 세계 수출, 전 세계 대형선박 40%이상이 한국산, 반도체 1등국, 전 세계 평균 3명중 한명이 한국산 휴대폰 사용, 서울 지하철 세계 1위 등등. 한국의 자랑거리는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세계 전문기관들은 오는 2030년 안에 한국이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저력으로 이제 한국은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지구촌 경제 질서 재편, 기후변화 대응방안 마련 등에도 적극 동참해 국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모두가 OECD국가 중에 가장 열심히 일하는 부지런한 한국인이 치열하게 경쟁해 쌓아올린 성과이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반세기 조금 지나 지구촌에 우뚝 선 코리아. 그 당찬 후예들이 이번에 브라질 월드컵 첫 러시아와의 대전에서 아쉽게도 1대1 무승부로 끝이 났다. 후반전 23분에 이근호 선수가 기다리던 끝에 선취골을 성공시켜 온 국민을 감격시키는 가 했더니, 곧바로 러시아선수가 한골을 넣는 바람에 경기 내내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국내외 모든 한국인들이 하나가 되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오 필승 코리아!” 세계 곳곳에서 토해내는 붉은 악마들의 함성. 이것은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게 한 저력이고 국력이다. 세월호 참사로 한동안 실의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 제전을 통해 시름과 슬픔을 잠시 잊고 서로 화합하고 단결함으로써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제 남은 알제리(22일), 벨기에(26일)와의 대전에서 태극전사들은 한민족 고유의 투철한 정신력으로 선전하기를 바란다. 이번 기회 세계인과 축구를 통해 화합을 도모하고 함께 소통하는 민족이라는 사실도 확실하게 보여주었으면 한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원정 16강을 달성한 태극전사들은 이번에도 그 여세를 몰아 한마음 한뜻이 되어 꼭 승리해 한국인 모두의 여망인 16강에 진출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국가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맹렬하게 뛰고 있는 태극전사 모두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잘 싸웠다, 태극전사들!“ 당신들이 있기에 우리가 정말 짜릿하고 행복했습니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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