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안의 닭과 들판의 꿩’

2014-06-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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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논설위원)

‘집안의 닭과 들판의 꿩’을 한자로 표기하면 가계야치(家鷄野雉)이다.
이 사자성어는 태평어람에 나오는 대서예가 유익의 고사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중국의 진나라에 유익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서법이 뛰어나 왕희지와 견줄만하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전국에서 그의 서법을 배우고자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그의 집안사람들은 당시 유행하던 왕희지의 서법만을 배웠다. 마음이 많이 상해 고민하던 유익은 지인에게 편지로 “아이들이 집안의 닭은 천하게 여기고 들판의 꿩만 귀하게 여겨(家鷄野雉) 모두 왕희지의 서법만 배우고 있으니, 한탄스러울 따름입니다”라고 자신의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는 일화에 얽힌 고사인 것이다.


이때부터 ‘집안에서 기르는 닭과 산의 꿩’이란 가계야치는 ‘자기 집의 것은 하찮게 여기고 남의 집 것만 좋게 여긴다’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 속담의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와 일맥상통하는 고사 성어라 할 수 있겠다.

얼마 전 지인들과 골프라운딩을 한 뒤 19번 홀 뒤풀이에서 맥주를 마시던 중 ‘이 세상 사람들에게 가장 크게 보이는 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 나왔다. 답부터 말하면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였다. 이 의미는 죽은 후에 천당과 지옥이 있는지는 죽어봐야 알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하루하루는 자신의 마음먹기에 따라 천국일 수도 지옥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즉, 자기 것은 하찮게 여기고, 남의 것만 좋게 여기는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삶’은 자신의 생활에 만족할 수 없으니 행복해질 수도 없다는 결론이었다.‘잘못된 비교는 오히려 불행의 씨앗’이라는 의미에 매우 공감했기에 이번 주 칼럼은 ‘남과 비교하는 삶’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볼까 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남들과 비교하는 습관, 분위기 속에서 자라왔다. 어른이 돼서도 비교하는 버릇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의식과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모두의 세상살이가 나 혼자만은 살 수 없는 것이기에 서로서로 어울리고 비교하며 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거 아닌가 싶다.

다만,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우리속담이나 ‘옆집 잔디가 더 푸르러 보인다’는 서양속담처럼 자신의 처지는 하찮게 여기고 남의 처지만 더 부러워하는 ‘비교’가 문제인 셈이다. 다시 말해 나보다 나은 또는 나아 보이는 이들과 비교하면 고통스러울 뿐이니까 단지, 그들이 살아온 과정을 눈여겨보고 참고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요즘 한인사회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주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직장 생활이 낫다’고 말하는 이들이 제법 많아졌다. 오래 지속되는 불경기에 하루하루 얼마나 피를 말리면서 장사하는 지는 이해가 가지만 오히려 직장인들은 윗사람 눈치안보고 인사발령 때 가슴조일 필요가 없는 장사하는 사람들을 더 부러워하고 있는 게 현실임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자신의 하는 일은 힘들게 느끼고 남이 하는 일은 쉬워 보이는 게 사람이 마음이다. 무엇보다 지금 내 처지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처지를 바꾼다고 해서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세상을 살면서 남과 비교하는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평생 불행하게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누구나 행복은 물질보다 마음에 달려있다고 하면서도 늘 좀 더 풍족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나보다 더 잘사는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시기심’, ‘부러움’, ‘열등감’ 등을 느낀다. 그런 감정은 남들이 누리는 것을 자신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으로 이어져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법이다.

하지만 아주 작고 하잘 것 없더라도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언제나 마음이 여유롭고 행복하다. 즉, 지금의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삶은 행복이지만 자신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는 삶은 좌절로 가는 확실한 덫이란 게다.

나는 누구인가? 남보다 나을 수도 남보다 부족할 수도 있는 존재가 바로 나이다.
때문에 남과 비교하기 보다는 자신의 삶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행복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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