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풍요 속에 정신적 빈곤

2014-06-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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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수필가)

어느 외국인 시사에 한국은 경제, 군사, 교육수준, 평균수명 등이 높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최하위권이라는 논평을 했다. 내용인즉 고급문서 해독능력은 OECD 가입국 중하위권이고 자살률이 세계 2위, 거짓말 범죄가 일본의 수천 배라고 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거짓말을 많이 하고 들통 나더라도 응징을 안 받거나 흐지부지 넘어가기가 다반사다. 물론 민족성을 탓하기도 하지만 이런 기사는 아마 공산국가를 염두에 두고 한국 전체를 평했는지는 모른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이 글은 성경에 나오는 구절로 미국에 와서야 그 진리를 깨닫게 됨을 잊을 수가 없다.


어느 날, 10살 정도된 쌍둥이 매튜 어머니는 앤탠만 케익 상자를 들고 와서 너희 것이 맞느냐고 했다. 나는 영문을 모르고 그런 것 같다고 하니 아이들이 곧잘 방과 후 무언가 먹기를 잘해 자세히 보니 자신이 사다준 과자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예 엔텐만 케익 상자가 보여 우리 가게 것임을 알고 가져 왔다고 했다.

나는 순간 아이들이 장난삼아 가방에 슬쩍하다가 들키지 않자 그것이 버릇이 된 것을 알게 된 매튜 어머니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용감하게 나에게 가져 온 것이고 아이들 보고 잘못했다고 빌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짧은 영어지만 놀라운 엄마라면서 오히려 고맙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몇 개 싸주었다. 그 후 매튜네는 플로리다로 이사를 갔지만 살던 곳에 오게 되면 우리 가게에 와서 인사를 하고 갔다.

그 뿐만 아니다. 주로 아이리시나 이탈리안 아이들이 들락거리다보니 아이들 성적표도 보게 되지만 형편없는 성적표래도 어머니들은 부끄럽게 생각지 않고 아이들의 특성을 자랑 하며 개의치 않는 행동에 많은 깨달음을 느꼈다. .

아이들 교육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진실을 말할 수 있고 잘못 된 것은 지적하고 깨우치게 하는 것이 학교이자 부모의 숙제이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이 터지자 사건의 뒷수습에는 전념하지 않고 잘잘못을 따지다 못해 나라 책임으로 돌리는 것을 보고 문득 그 근본은 우리로부터 비롯됐지 누구의 탓이 아닌 바로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인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했다.

실력과 적성에 맞지 않은 아이를 억지로 끌어 올리려는 부모나 그것을 이용하는 교육 그리고 나를 위한 인생이 아닌 남에게 자랑하고 내 세우려는 삶이 얼마나 자신을 고달프게 하고 자유롭지 않게 할 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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