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2014-06-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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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영 (목사)

고독한 음악 철학가, 말라(Gustav Mahler 1860~1911)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세계를 펼쳤는데 실로 고전음악 애호가들의 몰이해 때문인지 아니면 두 아이를 여읜 때문인지는 모르나, 고독한 음악가로 불리고 있다. 이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Kindertotenlieder)가 그의 대표작이 된 것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거두절미하고 죽음의 슬픔을 극적으로 묘사한 음악적 서술의 우수성이다. 말러의 이 가곡이 이번 제주도로 놀러가다 죽은 아이들을 그리며 곡(哭)하는 아버지날과 현충일에 왠지 겹쳐지는 부분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말러의 곡을 독문학도들은 탐내어 번역하지만, 필자는 1940년대 음악평론가 박용구 님의 번역이 그중 제일 마음에 들어 무례히 인용하지만, 아마 선생께서도 흔쾌히 승낙하실 것이다. 제1곡 ‘밝은 태양은 떠올라’ 밝은 태양은 떠올라/ 불행한 밤은 사라지련만/내게는 불행이 가시지 않는다/영원한 빛속에 나의 불행도 걷어가 다오<중략>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우울하고 차분하게 노래한다.)


제2곡 ‘어떻게 그런 어두운 눈초리로’ 어떻게 그런 어두운 눈초리로/나를 보고 있었는지 이제 알겠다/천국으로 돌아가려는 너를 몰랐다/ 저는 곧 아버지를 떠나야 해요. 많이 보아 두세요. 제 눈빛은 나중에 별님이 되어 밤하늘에 있을 거예요/너의 눈초리는 이런 말을 했던 것인데/

제3곡 ‘네 어머니가...’ 네 어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설 때/나는 먼저 너를 보려고 했었다/네 어머니가 등을 들고 들어오면/네가 함께 들어오는 것만 같구나/아! 이 아버지의 기쁨은 너무나 빨리 사라지고 말았다/(아버지의 고뇌를 무겁고 음울하게 노래한다)

제4곡 ‘잠깐 놀러나간 것처럼’ 나는 네가 잠시 놀러나간 것처럼/곧 돌아올 것 같은 착각을 한다/ 그 애는 먼저 천국의 길을 떠났다/우리도 결국은 따라가게 될 것이다/(아버지의 체념을 조용하게 노래한다)

제5곳 ‘이런 험한 날씨에는’ 이런 험한 날씨에는/결코 외출을 안 시켰는데/ 그 애는 마침내 가버리고 말았다<중략> 그러나 아이들은 험한 날씨에도/어머니 품속 같은 하나님 품속에서/아무런 걱정 없이 잠자고 있다/(고뇌에 찬 아버지, 바리톤의 부드러운 자장가가 어린 것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예수는 죽음을 가리켜 늘 ‘잠’으로 표현하신다. 그래서 마태9:24에서도 “이 소녀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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