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를 바보로 만드는 한인 부모들

2014-06-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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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옥(뉴욕가정상담소 소셜워커)

우리 한인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거는 기대는 대단하다. 비록 본인은 하루하루 벌어서 고달프게 살고 있더라도 자식만큼은 버젓한 직업을 가지고 남부럽지 않게 살기를 바라는 게 모든 부모의 마음이기도 하다. 자식이 잘되기 위하여 은연중에 우리는 각자가 자신의 부모에게서 배운 대로, 또는 남을 따라서 자녀 교육방법을 흉내 내기도 한다. 하지만 자식이 잘 되라고 하는 행동이 오히려 자식을 바보로 만드는 경우가 한인 사회 안에서 많이 보인다.

뉴욕가정상담소를 찾는 대부분의 케이스는 권위주의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이 그들의 부모에게 배운 것처럼, 자신이 말하는 것이 곧 집안의 법이라고 말한다. 자녀의 입장을 헤아리기보다, 본인의 규칙을 정해놓고 자녀들을 조종하거나 감시하는 행동을 하며 자식이 잘못될까봐 보호하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이런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 갈 때 빨간 옷과 노랑 옷 중 선택권을 주기보다는 부모가 정해주는 옷을 입고 가야만 만족하는 부모들이다. 자녀들이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직접 고민할 기회도 주지 않으며 부모가 자녀의 인생에 대한 시나리오를 정해주고 강요한다. 간혹 자녀들이 학교에서 정학을 당하거나 친구들과 마약 같은 놀이에 빠져있을 때에도 자녀와 진실 된 대화를 갖고 잘못된 자녀교육의 시행착오에 대해 용서를 구하기보다는 자녀를 탓하거나, 일시적인 해결방법에만 머리를 굴리는 부모들이다.

문제는 이 자녀들이 처벌이 무서워서 부모의 말을 일시적으로 듣기는 하지만 속으로는 화를 점점 키워나간다는 점이다. 이런 자녀들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지시하면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나게 된다. 성년이 되었을 때도 만약 직장에서 상사가 지시하면 이유 없이 화가 난다. 또한 선생님이 지시한 것 이외의 다른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 못한다. 집에서 시키는 일에만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자녀들이 시키는 것 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언제 어느 때 상대방이 화를 낼지 모른다 생각하고 항상 불안해한다.

결론적으로,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부모는 본인의 욕심을 자녀에게 보상받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본인의 생각대로 키우기보다는 누구에게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자녀의 장점을 격려하고 지지하면서 스스로 선택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어떠한 어려운 일이 일어났을 때 부모가 가장 불편한 상대가 아닌, 편하고 내 편이 되어주는 부모라고 자녀 스스로가 느낄 때 자녀들은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지게 된다.

가장 현명한 자녀교육은 자녀가 집중하여 공부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며, 부모의 정해진 규칙 안에 합당한 일을 했을 때만 자녀에게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조건 없는 사랑을 주며, 기본적인 규칙과 도덕성은 가르쳐 주되 나머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며, 이러한 부모 교육 방침아래 자란 자녀들은 바보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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