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교회 깨어나지 않으면 조만간 반토막”

2014-06-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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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방문한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

▶ 담임목사 6년마다 재신임, 요양원 등 사회단체 운영, 개혁적 대형교회의 모범, 탐욕 빠진 이기적 기독교 자기 포기해야 회복 가능

“한국교회 깨어나지 않으면 조만간 반토막”

남가주를 방문한 정성진 목사는 교회가 살아나려면 자기 포기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각해요. 목사들이 돈을 너무 좋아해요. 한경직 목사님은 힘이 있었지만 돈을 멀리하셨어요. 그래서 존경을 받았죠. 명예욕과 재물 욕심이 돈으로 몰려 교인의 존경을 상실했어요. 그리고 가난 속에서 꿋꿋하게 목회하는 선한 목사들이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대형교회 목사들은 내부 고발자가 나오면 모두 검찰청에 불려갈 수밖에 없을 거예요.”

본국의 일산에 위치한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담임목사가 남가주를 방문했다.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에서 지난 6일부터 사흘간 부흥집회를 인도했다. 방향타를 잃은 한국 교계에서 몇 안 되는 ‘살아남은’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정 목사를 꼽는 데 별 이견이 없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성도가 1만명에 달하는 대형교회다. 그러나 정작 이 교회가 유달리 사람들 입에 회자되는 이유는 ‘개혁적’ 성향 때문이다. 담임목사는 6년마다 성도의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원로목사니 원로장로니 하는 제도는 아예 없다. 담임목사는 65세에 물러나야 하고 장로 임기는 6년 단임제다. 당회에는 머리 희끗한 장로만 참석하는 게 아니다. 청년회장, 여성회장, 선교회장, 안수집사회장, 권사회장, 재직위원회 대표 등도 당회원이다.


파주노인복지회관, 문산종합사회복지관, 주간보호센터, 천사가게 등 이름만 들으면 지방 정부 산하기관 같지만 광성교회가 운영하는 사회복지 단체다. 이 밖에도 요양원 및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설립해 직접 운영하고 있고 매년 200여개의 문화 강좌를 지역사회에 제공하고 있다.

“성장시대에 심어진 한계입니다. 교회는 70, 80년대 성장기에 세상을 잃어버렸어요. 교회가 관리형으로 바뀌면서 밖으로는 나가지 않고 안으로만 집중한 거죠. 목사와 장로들은 평생 활동할 무대를 갖게 됐죠. 하나님의 나라를 교회로만 생각한 게 망조였어요. 지금이라도 깨닫고 세상으로 나가야 합니다.”

환갑을 앞둔 정 목사는 매달 45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다른 보너스는 일절 없다. 은퇴연금도 없다. 그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승합차다. 연간 400억원의 예산이 집행되지만 그의 손을 거쳐 가는 돈은 한 푼도 없다.

“30년 정도 지나면 한국교회가 반 토막 날 것이라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15년도 안 걸릴 거라고 봐요.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는 내리막길에서 끝까지 곤두박질 쳐야 비로소 멈추죠. 교회도 바닥을 쳐야 다시 일어날 겁니다.”

정 목사는 젊은 시절 담임전도사로 처음 부임했던 폐광촌 교회를 이야기했다. 교회를 지키던 70대 목회자는 양복 한 벌을 은퇴선물로 받고 후임자가 온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에서는 대형교회 목사들의 나쁜 뉴스만 크게 알려지게 돼 있어요. 교회는 퍼주다가 망해도 성공한 겁니다. 다음이란 어차피 없어요. 그냥 지금 당장 나눠야 해요. 교인 수가 늘고 재정이 생기면 뭐 한다, 이건 아니에요. 부흥은 어차피 순전히 은혜 덕분이니까요.”

정 목사는 교회가 깨어나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학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교회 목회가 성공인 줄 아는 신학생이 줄을 잇고 기독교인들은 서로 정죄하기 바쁜 행태에서는 교회 개혁이 이뤄지기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개혁은 투쟁이 아니에요. 자기 포기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가난이나 무소유 개념이 교회에서 실종됐어요. 먹고 살면 된 거지 탐욕을 갖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교회의 정의를 ‘구원받은 사람들이 세상을 하나님의 나라로 만들려고 모인 곳’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기독교는 이타적 종교이기 때문에 기독교인은 타인을 향한 가치관이 바뀐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금이 자기들끼리만 모여 있으니 짜지는 못하고 쓴 맛이 나는 겁니다. 그래도 아직 모르고 있어요. 기독교인이 더 이기적이고 말만 잘 해요. 주님을 위해 산다면서 출세, 주도권, 돈을 위해 살아요. 자기 포기가 없어요.”

교인들은 목사를 통해 종교적 대리만족을 얻는다고 정 목사는 말했다. 그러니 목사는 이런 욕구를 채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죽자고 번 돈을 십일조로 내놓는 훌륭한 성도에게 죽는 척이라도 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웃었다. 하나님 앞에서는 한없이 부족하지만 세상의 시대적 바람에 발 맞춰야 할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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