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선미(眞善美) 소고

2014-06-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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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자유기고가)

철학자 칸트(kant1724-1804)는 인류의 모든 정신생활에 대한 비판서(批判書)를 진선미(眞善美) 세 부분으로 나누어 내 놓았다. 진(眞)의 문제는 ‘순수이성비판’에서 다루었고, 선(善)의 문제는 ‘실천이성비판’ 미(美)의 문제는 ‘판단력 비판’에서 논했다.

비판이란, 즉 자기에 대한 성찰의 의미를 표명한 것인데 진에서 다룬 순수이성은 자기에 대한 사색과 분석과 검토를 함으로써 정신생활 속에 존재하는 중요문제를 분석하고 해명한 것이다.


손오공이 나오는 소설 서유기를 보면, 현장(602-664)이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는 도중 온갖 위험을 통감하고 갖가지 마귀를 물리친 다음 뇌음사(寺)라는 절에 도착하여 여래(如來) 불(佛)을 보았다. 그런데 그 여래 불은 자기 자신이었다. 여래 불을 보는 것은 그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른바 ‘정신 자각’이란 곧 정신이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다.

다음은 선(善)의 문제이다. 사람은 누구나 본심이 선한 것이다. 흉악한 강도나 살인자라 할지라도 그 마음속에 선(善)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철모르는 어린아이가 위험한 우물가에서 놀다 우물 속으로 빠지는 것을 보고 측은한 마음을 일으키는 것은 강도나 살인자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마음이 자기 스스로 우러나온다. 그렇게 우러나오는 마음을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이라고 한다.

300여명의 어린 학생들이 바다 속에서 죽어가는 장면을 보면서도 어떻게 손을 쓰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며 안타깝게 바라보는 국민은 물론, 타 민족 까지도 가슴 아파하는 그 모습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고, 나라 전체가 불안과 혼돈에 빠져드는 것을 우리 스스로 경험하였다.

마지막으로 미(美)의 문제는 미국의 신 실재론자 몬터규(montague1873-1953)가 미학의 미(美)의 성격과 그것을 어떻게 예술에 응용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듯, 아름답다는 미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기의 마음을 얼마나 정화시키는가에 따라 그 농도가 달라진다.

인류의 정신 문제도 각고의 투쟁과 복잡한 경로를 거쳐 자기의 자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이제 우리 모두가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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