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스로 돌아보기

2014-06-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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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영국 BBC방송이 미국, 영국, 독일 등 16개국과 유럽연합(EU)을 상대로 한 호감도 평가에서 한국이 11위를 차지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4개국 2만4,524명의 조사대상자 중 가나와 호주, 미국이 한국에 큰 호감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조사는 BBC의 의뢰로 국제여론조사기관 글로브스캔과 피파가 지난 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실시되었다고 한다.

안 그래도 지난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이후 미국을 비롯 외국인이 한국을 보는 시선이 어떨 지, 특히나 ‘안전제일’, ‘인명구조 우선’의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이웃의 타인종이 혹여 세월호에 대해 물어볼까 지레 걱정되고 그들의 관심이나 위로조차 부담스럽다고 했었다.


이참에 객관적인 시선으로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 타인종이 바라보는 미주한인에 대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자.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암 사망률ㆍ음주 소비량ㆍ교통사고율ㆍ청소년 흡연율ㆍ자살율...각종 안좋은 것은 3위권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다, IMF 경제위기를 맞고도 2년 남짓한 사이에 위기를 벗어났다, 보통 때 축구 선수 이름도 잘 모르지만 월드컵 때는 온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한민국’을 외친다, 조폭영화를 좋아하고 매운 것을 즐긴다,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전세를 살아도 자동차 한 대는 있다, 좌우이념ㆍ동서진영으로 갈린 경계가 명확하여 중도는 아예 없다, 조기영어 교육비 세계 부동의 1위를 지키면서 영어실력은 100위 수준이다. 아무리 큰 재앙이나 열 받는 일도 1년 안에 잊어버리고 끊임없이 되풀이 시킨다, 냄비근성이 강하다.....외국인이 한국에의 인상이다.또한 미주 한인들, 특히 이민 1.5세와 2세들은 한국과 이민 1세를 이렇게들 본다.

한국 여자들은 성형수술을 많이 하여 얼굴이 비슷한데 화장, 옷도 똑같은 스타일이다, 다이어트를 굶으면서 한다, 남의 외모에 관심이 많아 너 살쪘다. 피부가 거칠다는 말을 감히 한다, 꽃보다 포장지가 주인 노릇하듯 명품 등 겉치레가 심하다, 매사 급하다, 걸어갈 때 다른 사람을 툭 건드리고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간다, 아이를 길에서 큰소리로 야단친다, 새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햇볕 나면 선캡이나 양산을 쓰고 다닌다......이민 1세들은 자녀들에게 평소 한두번은 들어본 말일 것이다.

한편 미국인은 미주한인을 어떻게들 볼까. LA 4.29폭동 평가회에서 작성된 의사, 간호사, 상담가들이 각 민족의 특성을 평가, 그중 한인에 대한 내용이다. 교통ㆍ질서의식이 없다, 인색하다, 협동심과 책임의식이 없다, 화를 잘 낸다, 비교의식과 피해의식이 강하다, 사교성이 없다, 수줍음을 잘 탄다, 공부벌레다, 남성우위 문화다, 깨끗하다, 어른을 공경한다.

부언하자면 맨하탄 32가 한인타운은 24시간 영업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요즘은 한인들보다 타인종이 더 몰려들고 있다. 365일 문 여는 식당, 커피샵, 편의점, 찜질방은 오후 8시가 넘으면 가게 문을 닫는 타인종 커뮤니티에 비해 ‘잠들지 않는 타운’으로 상당히 매혹적이다. 이는 한국의 밤문화가 건너온 것으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길과 도로에서 잠든 술고래 한국인을 유튜브에 가끔 올린다.

사실, 타인종들은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동안 유튜브를 통해 한국 드라마나 K-팝이 알려졌으나 대부분 젊은 층이었고 나이든 사람들은 여전히 한국이라면 북한, 한국전쟁 등을 떠올린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 해외 언론에 한국 소식보다는 북한의 핵이나 김정은의 동정이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누구나 부정적인 말보다는 긍정적이고 장점을 말해주는 것이 일단 듣기에 좋다. 우리에겐 장점이 많다. IT 선진강국으로 땅덩어리가 작아도 세계적인 인재가 많이 나오고 정이 넘쳐나며 거짓말을 거의 하지 않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근면 성실한 장점은 수용하고 앞에 지적된 단점을 고쳐나가면 한국민이나 미주한인들은 더욱 발전할 수 있다. 물론 남이 우리를 어떻게 보든 무슨 상관이냐는 견해도 있다. 그래도 타인종에게 나쁜 이미지보다는 좋은 이미지를 남겨두는 것이 후손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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