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수지학(井水之學)

2014-06-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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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같은 물이라도 한 번에 많이 내리는 폭우는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적당한 강우량이나 꾸준히 나오는 샘물은 우리가 사는데 가장 귀한 생명수가 되고 있다. 공부를 하는 방법도 이 물에서 얻을 만한 교훈이 있다.

학창시절 우리는 평상시 게을리 하다가 시험 때만 되면 점수를 따기 위해 벼락치기 공부를 한 경험이 있다. 이때 한 공부는 범람지학(氾藍之學), 즉 공부에 싫증만 느끼게 되고 머릿속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자기가 즐거워서 하는 공부는 정수지학(井水之學)이라고, 능률이 오르고 갈수록 학업에 재미가 붙으면서 보람감과 기쁨으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자신이 인생의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잘 알아서 하는 것이다.


지난해 하버드대 한인학생이 학교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허위신고를 해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일이 있다. 이 사건은 아직도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이 학생은 코앞에 닥친 시험을 피하기 위해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했다. 대학 공부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심리적 중압감이 얼마나 무거운지 증명해주는 사건인데, 혹시 이런 결과에 성적만을 강조하는 학부모의 강압적인 요구는 평상시 없었을까?

어떤 상황이건 간에 이제 학창생활을 다 마친 학생들은 사회 첫발을 내딛는 가슴 벅찬 졸업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이들 앞에는 약육강식의 험난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침체의 암울한 현실에서 이들은 부푼 꿈을 안고 졸업은 하지만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취업의 문호다.

최근의 기록에서 한국이나 미국이나 현재 대학 졸업생 4명 중에 취업자는 한 명 뿐이라고 하는 소식은 이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당장 취업의 길이 막힌 나머지 세 명에 해당하는 졸업생들의 행보이다. 그래도 이들 중 스스로 정수지학의 자세로 즐겁게 공부하고 진취적인 생각으로 독창적인 생활을 해온 졸업생들은 1인 창업이라도 해서 살아남는다.

일예로 한국에서 청년실업 및 일자리 부족이 크게 문제되는 상황에서 내가 나를 고용하는 ‘1인 창조기업’이 취업보다 더 가능성 있는 시장이라고 여겨 이상민(26)씨가 ‘더 하이브(The Hive)’를 대학 3학년 때 창업, 설립 1년 만에 매출 1억을 전망하는 업체로 성장시켰다.

미국의 한인 젊은이 중에도 2년 전 시작한 ‘2인 창업’의 찹쌀떡 디저트 회사 ‘베스 프랜’이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이들의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자세가 돋보인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다른 아이디어와 진취적인 자세로 수많은 정보와 경험자들의 조언을 토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과감하게 영업전선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인물들은 이구동성으로 실수에서 배우는 기회가 더 많다고 하였다. ‘혼다(HONDA) 자동차’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는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꿈꾸고 희망한다. 나에게 있어 성공이란 끊임없는 실패와 자기 성찰을 통해서만 달성되었다. 실제로 성공은 당신의 일에 있어서 99%의 실패에서 비롯된 단 1%를 말한다.”고 했다.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룬 ‘포드(FORD) 자동차’의 창업주 헨리 포드도 “우리는 성공보다는 실패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운다”고 말했다. 사회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이 가슴깊이 새길 필요가 있는 조언들이다.

이제부터 미지의 땅을 개척해나갈 졸업생들은 예상치 못한 많은 난관과 시련, 실패 등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기 위한 도전과 열정, 그리고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않는 강한 자신감과 용기이다. 앞으로 많은 실패와 난관이 있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계속적인 열정과 끈기로 건강한 성공, 행복한 성공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저 푸른 창공을 향해 나래를 활짝 펴고 세상을 마음껏 헤쳐 나갈 졸업생들의 사회 첫 걸음을 축하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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