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처참한 나라의 처참한 풍경

2014-05-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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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시인)

세월호 침몰 사건도 한 달이 지났다. 오늘 날짜로 찾지 못한 실종자가 16명이라니 앞으로 더욱 어려운 실종자 수색작업이 남아 있을 것이다. 희생된 세월호 선박의 탑승객들은 사고사가 아니라 참살이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예고된 사고, 예고된 나라의 흥망성쇠와 다를 바 없다.

사고란 원래 비켜갈 수가 있는데 무심하였거나 설마 하는 생각에 벌어지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참사, 참변, 모두가 지나고 나서 들여다보면 “얼마든지 막을 수가 있었던 것인데” 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나라가 망할 때에는 백성들의 의식이 건강하게 보이지 않았다. 공직자나 사회의 대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의식이나 국가적 의식, 또한 생활의식마저도 모두 병이 들어 참극이 시작된 것이었다. 정승을 지낸 고위직 사람들이 제대로 살아남은 경우가 역사에서 적고, 만석꾼이 재산을 건강하게 지켜낸 경우가 또한 많지가 않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던 때, 배안의 희생자들과 부둣가에서 울부짖고 있는 가족들이 천지를 울리고 있을 때, 사오일 연휴라고 세계가 칭찬하는 풍경 좋은 산천을 두고 해외로 단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12만 명을 넘어 인천공항이 북새통을 이루었다.

국민의 의식이 건강에서 행방불명이 되고, 정치와 정치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혼돈을 거듭하게 되면 결국에는 나라가 망하고 왕조가 바뀌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정세와 흡사하다.

경륜과 자격 없는 야당의 지도자들이 정치를 한답시고 떠드는 실없는 소리나, 실행 불가능한 계획을 나열하는 여당 지도자들, 정치란 정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참다운 의견은 없고 말장난에 인기놀음에 연연할 뿐이다.

나라가 위태롭다. 북에서는 또다시 남침전쟁을 시도하려 시시탐탐 기회를 찾고 있고, 세계평화를 유지 하는 데에 큰 몫을 한 미국도 소련과 중국의 견제에 밀리고 있는 이 때, 국력이 약하고 밑천도 짧은 작은 나라에서 국민들마저 잘못 가도 크게 잘못 가고 있다.

삼성의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으로 벌어들이는 돈과 현대에서 만드는 자동차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빼면 기타 다른 산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나 되는가? 기업인들은 생산 공장을 해외에다 거대하게 지어놓고 언제든지 한국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준비를 다 끝낸 상태라 정부에서도 그런 기업에 대해서는 이제 손을 쓰지 못한다.

경제 대국이란 산업 전반에 걸쳐 골고루 성장의 형태에서 오는 것이지 몇 개의 산업 성공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능력은 아직도 살아 있는데 나라의 건강을 걱정하는 의식은 다 죽어가고 있다.

세월호처럼 세월은 가고 있지만 그 세월을 사고 없이 똑바로 가게 하는 데에는 국민의 의식이 키잡이가 된다. 나라가 망하기 전에, 6.25와 같은 참변이 일어나기 전에, 한국 국민은 스스로 수술대 위에 서슴없이 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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