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김기천씨 폭행범 솜방망이 처벌 유감

2014-05-29 (목)
크게 작게
함지하(사회1팀 기자)

한인 택시기사 김기천 씨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폭행범 앤드류 멕켈로이(29)를 법정에 세웠던 브루클린 검찰청은 사건이 발생한 2013년 1월1일 이후 꼬박꼬박 보도 자료를 내고, 사건 경과를 시민들에게 알렸다.

가장 최근에 나온 보도 자료는 지난해 11월 멕켈로이가 배심원단으로부터 2급 폭행혐의에 대한 유죄평결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유죄가 확정돼 법원의 최종 판결만을 앞두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유죄평결’ 소식이 전해진 11월 이후 브루클린 검찰로부터 멕켈로이와 관련된 그 어떤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기자를 포함한 모든 언론 역시 긴장의 끈을 놓아 버린 채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던 중 기자는 얼마 전 김기천 씨에 대한 소식을 묻는 독자의 전화를 받고나서야 검찰청에 전화를 돌렸다. 그리고는 멕켈로이가 3년의 집행유예(Probation) 판결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됐다. 열심히 살아가는 이민자에게 일방적인 폭행을 가해 식물인간으로 만든 멕켈로이가 결국 감옥이라는 곳에서 단 하루도 보내지 않게 된 건 분명 충격이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 건 대배심이 최초 평결한 2급 폭행 혐의에 대한 유죄가 판사 앞에선 3급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멕켈로이의 변호인은 2급 폭행죄가 성립되기 위해선 무기가 사용됐어야 하고, 심각한 상해를 입힐 불순한 목적이 있어야 했지만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았다고 강변했고, 판사는 이를 받아들였다는 얘기였다. 전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

멕켈로이는 전직 해병대원이다. 아직 서른이 안 된 혈기왕성한 남성이다. 또한 멕켈로이는 단순한 요금 문제로 언쟁을 벌인 게 아니라, 요금을 내지 않겠다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나이 쉰을 훌쩍 넘긴 중년남성 김기천 씨는 그 주먹을 피하지 못했다. 이미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의 폭행의도는 불순했다. 또한 전직 해병대원의 주먹은 흉기이상의 위험성을 지녔다는 게 일반인들의 생각일 것이다.

다행히도 검찰은 항소 의사를 밝히고 준비 중에 있다. 이번 만큼은 우리 모두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물론 한 번의 실수를 저지른 초범 멕켈로이에게 평생 ‘콩밥’을 먹게 하자는 주장을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인생의 모든 걸 잃고 억울하게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과 그 가족들의 억울함을 풀기에 3년 집행 유예 판결이 적당했느냐는 것이다.

2013년 1월1일 많은 젊은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희망찬 새해를 노래했을 그날 새벽, 김기천씨는 묵묵히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그리곤 희망찬 새해를 포함한 모든 것을 잃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