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화 유산

2014-05-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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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홍 (목사)

교협주관 이태리 여행에 묶여 난생 처음 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한국행과 같은 긴 여행이지만 많은 것을 즐기며 기독교 문화유산을 돌아보게 되었다. 또 우리 일행은 주로 목사들이어서 기독교의 흔적이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구동성으로 저럴 수가 있을까 연발하며 감탄 했다.

거기에는 눈물 나는 기독교인들의 헌신과 희생이 한 작품, 작품 속에 발하고 있었다.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한 것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신앙고백과 하나님이 주신 지혜의 작품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문화유산이 지금은 저들 민족에게 어떤 정신적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재정적으로는 저들을 풍요롭게 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지만 저들의 마음속에 무엇을 심었느냐는 질문에는 시원한 대답을 저들의 삶속에서 엿볼 수가 없었다.(GNP30%가 관광수입)


때로는 거대한 성당을 만들고 그곳에 위대한 작품을 하나하나 채워가기 위해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동원되고 생명을 바쳐 일궈놓은 작품들이 지금은 귀중한 문화유산이 되었지만 그때는 그것들이 저들의 삶을 억누르는 무겁고 힘든 역사였을 것이다. 그래서 저들은 역사진행을 위해서 교리에도 없는 속죄부를 팔기에 이른 것이다. 작품은 빛나고 있지만 그때 일그러진 교리나 잘못된 역사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일 뿐 지난날의 모순을 바르게 세우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육은 성당 밑창에 누워있지만 천국에서 내려다본 베드로의 영혼은 무어라 할까?

우리는 잘 안다. 잘못된 결과를 위해 목적을 정당화시킨 산물이 인간의 사고를 병들게 하고 더 깊이는 돌이킬 수가 없는 역사의 길을 걷게 한다. 조금은 보잘 것이 없어도 정도가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가져다주는 물질의 유익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인간을 바르게 세워가는 길은 못 된다는 교훈이다. 한 예로 마피아가 처음에는 시실리 섬에서 납치되어가는 처녀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는데 지금은 세계에서 제일 무서운 범죄 조직이 되었다.

프랑스에서 본 일이지만 루이 14세가 거대한 바이샤궁전을 짓다가 국가가 거덜이 났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덕분에 많은 재정적 도움아래 누가 그를 향해 돌을 던질 수가 있을까? 하루에도 수억의 돈이 들어오는 환경아래 재미를 보는 소리가 귀에 들려올 정도다. 이는 바티칸이란 작은 국가에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6억이란 돈이 저절로 굴러들어 온다. 그러면서도 그곳을 찾는 이들의 편리나 형편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것이 저들의 수준이다.

우리는 큰 문화유산이 없어도 정신유산이 있다. 백의민족에 홍익인간이 우리의 정신을 지배해오고 있으며 근대에 와서 기독교의 사랑이 세상 골마다 흐르고 있다. 그래서 세상이 더 훈훈해 졌다. 또한 우리는 작은 유산도 지키지 못해 불태웠고 다시 세운 것도 모순투성이라니... 아니 돌로 지은 첨성대도 피사의 탑처럼 기울어가고 있다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찌하든지 정신유산을 지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모든 유산을 즐기며 같이 나누는 문화인이 되자. 경제선진국보다 정신선진국이 되자.

화장실이 필요해 시청에 들려 화장실 좀 사용하자고 했더니 없단다. 아니 국가 기관에 화장실 사용이 되지 않으면 되느냐고 했더니 2층에 있으니 사용하라고 해서 급한 일을 보곤 하기도 했다. 그래 선진 국가는 화장실 문화가 잘 되어야 하는데 이곳은 그렇지 못하니 미개하다 할 것이므로 공중화장실을 잘 만들어 당신들의 유산을 찾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라고(화장실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가 유료).

좋은 문화유산을 가지고도 변변한 공중화장실도 없어 오히려 귀한 문화유산이 빛을 바래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자랑할 것이 있다. 대중변소하나는 대단하니까! 이제 정신유산이라도 자랑하는 민족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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