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은 작은 천국

2014-05-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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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지난 주 뉴저지 잉글우드 경찰은 한 집을 습격하였다. 이 작전은 한 중국집 배달원이 폭행당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서너 명의 청년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배달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였다. 체포된 4명의 20대 남자들은 그들 스스로 ‘우리 가정’이라고 말하는 집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집에서 발견된 것은 포장도 풀지 않은 약품들이었다. 그것은 제약회사에서 훔쳐낸 장물(臟物)이라는 것이 곧 밝혀졌다. 그들의 가정은 도둑들이 뭉친 집이었던 것이다.(Press지)

나라들이 각각 사상이나 정치구도는 달라도 가정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는 생각이 일치한다. 가정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관(Institute)이고 가장 견고한 사회의 기초이다. 사슴이 떼를 짓는 동물이고 새가 무리를 이루는 동물인 것처럼 인간은 가정을 갖는 동물이다. 인류학자 보해넌 박사(Paul Bohannan)는 “가정은 인간의 본능에 뿌리박혀있고 인간의 세포 속에 깊숙이 스며있다.”고 하였다. 인간이 성공을 추구하지만 실상 최대의 성공은 행복한 가정을 구축하는 것이다.

행복한 가정은 어떤 곳일까? 위로를 기대하기보다 먼저 위로하고, 이해를 바라기보다 내가 먼저 이해하고, 가시 돋친 말이나 비평보다 감싸주고 서로 격려하는 곳, 아이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사랑의 교실, 젊은이에게는 언제나 의지가 되는 마음의 고향, 작은 천국 평화의 안식처가 가정이다.


가정은 제각기 들어와 자고 나가는 여관이 아니다. 정성 주고, 시간 주고, 미소 주는 사랑의 동산이다. 행복한 가정을 구축하기 위하여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비평은 천천히 하고 감상은 빨리 하라. 의심은 천천히 하고 신뢰는 빨리 하라. 폭발은 천천히 하고 이해는 빨리 하라. 후회는 천천히 하고 용서는 빨리 하라. 요구는 천천히 하고 주기는 빨리 하라. 시비는 천천히 하고 화해는 빨리 하라. 숨김은 천천히 하고 표현은 빨리 하라.

우리가 미국에 살며 그들에게서 꼭 배워야할 두 마디가 있다. 그것은 “I love you.”와 “I am sorry.”이다. 가족끼리도 이 두 마디를 애용하는데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정말 겸양지덕(謙讓之德)이다. 대통령이든 노동자든 자기 가정에서 평화를 누리는 자가 가장 행복한 인간이다. 사람은 행복을 찾아 사방을 헤매지만 결국 집에 돌아와서 그것을 발견한다. 종은 당신이 울려야 종이 되고 사랑은 당신이 표현해야 사랑이 된다. 아내가 먼저 표현해 오면 나도 사랑하겠다는 남편은 아마도 평생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의 표현에 있어서 기다림은 금물이다. 가정이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엄마의 노래가 들리는 곳, 따뜻한 심장과 행복한 눈동자가 마주치는 곳, 서로의 성실함과 우정이 만나는 곳, 상함과 아픔이 싸매지고 기쁨과 슬픔이 나눠지는 곳, 어버이가 존경 받고 아이들이 사랑 받는 곳, 조촐한 식탁도 왕궁이 부럽지 않고, 돈이 그다지 위세를 부리지 못하는 그렇게 좋은 곳이 가정이다.

퓰리처 상(언론 상)까지 받은 워싱턴포스트의 정치부장 폴 테일리 씨가 갑자기 가정면 담당 평기자로 자진 내려앉아 뉴스거리가 되었다. 그 자신의 해명은 이렇다. “수많은 정치인, 기업인, 문화인을 만나 보았는데 겉은 화려하나 가정적인 문제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밝은 미래는 가정의 행복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은 ‘쉐마’라는 작은 가죽 주머니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 그 속에는 양피지에 적힌 성구, 구약 신명기 6장 4~9절이 적혀있다. 요약하면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자손대대로 전승하라는 성구이다. 이것을 흔히 ‘신명기 전통’이라고 부르는데 모세 때부터 3,000년을 지켜오는 유대인의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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